국정조사서는 여·야도 격돌 불보듯
민주당이 이번 사태의 몸통으로 청와대 핵심인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하고 있는가 하면, 국정조사에서도 여야간 의제·증인 채택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청와대, 야당은 정치적 책임져야
청와대는 31일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것과 관련,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이용섭 대변인, 박선숙 의원을 거명, “이들이 제기한 의혹은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근거없는 음해를 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은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한 사실이 없고, 박모 변호사는 박영준 전 차관과 친족 관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은 전 감사위원은 정무직 공무원인 만큼 자유롭게 사퇴하거나 해임할 수 있어 의원면직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저축은행 비리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야당의 저축은행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한나라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저축은행 국조를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청와대 로비설 왜?
청와대 참모들은 민주당이 `청와대 로비설`을 잇따라 제기하는 배경에 `불순한 계산`이 깔렸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이는 저축은행 허가 과정의 불법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수사가 본질을 벗어난 현 정권의 핵심 연루 의혹으로 흐르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주장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저축은행 운영자 중 특정 학맥이 많아 지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연루됐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고 현 정권 인사들의 이름만 나오는 것 역시 모종의 탄탄한 `커넥션`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한 참모는 “어차피 해야 할 싸움이라면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지는 게 낫다고 본다”면서 “청와대가 앞장서 이번 저축은행 비리 사태의 전말을 국민 앞에 드러내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장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 위치한 보해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를 조정하려고 청와대 등에 로비를 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여야 `국정조사` 격돌 예고
여야는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부실과 제도 개선, 피해 대책 등을 우선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저축은행 비리 사건의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둘러싼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정권에서 신용금고에 `저축은행`이란 이름을 붙이고 각종 규제를 풀어줬다며 지난 10년간 모든 문제점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에 주력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비롯해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현 정권의 부패성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특검도입도 제기
한나라당 친이계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민생토론방`은 31일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당내 대책특위를 구성해 진상조사 및 피해대책을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진상조사단 활동을 통해 비리 연루자들의 은닉재산을 추적, 관련 재산을 몰수하는 동시에 저축은행의 매각 추진 방향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당정회의를 요구하자는 것이다.
특히 16명이 참석한 이날 `민생토론방` 회동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특검 도입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이 특검 도입에 반대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저축은행 사태가 전·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검법안은 장제원 의원이 마련했으며, 현재 10여명의 의원을 서명을 받은 상태다.
/이창형기자chle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