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지역 국회의원 보좌관의 하소연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주호영 특임부 장관 등의 인사청문회로 연기됐던 국정감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피감기관의 자료제출 거부와 10월 재보선 등으로 인해 `국감다운 국감이 사라지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지역 의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예 답변을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무위 의원실의 여당 보좌관은 “자료를 요청하면 제일 많이 듣는 변명이 `비밀이다`, `기밀이다`라는 말이다”며 “보좌관이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아예 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여당 의원실의 경우 피감 기관측에서 노골적으로 “같은 편끼리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면서 자료 협조를 하지 않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사실 집권 여당이 정부 부처를 집중적으로 감사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노무현 정부나 DJ 정부 등 역대 집권 여당의 현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림수산식품위의 정해걸 의원실은 마냥 목을 빼고 기다릴 수가 없어 다른 작전을 생각중이다.
이는 강석호 의원실도 마찬가지다. 강 의원실은 아예 피감기관 직원들을 호출한다. 자료 대신에 이야기라도 들어보자는 것이다.
이철우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소속된 정보위나 국방위의 경우에는 국가 기밀을 다루는 피감기관으로 일반적인 자료를 제외한 자료 요청에 대해 일체 주지 않고 있다. 대신 국회에 들어와 구두보고를 하고 그 자리에서 자료를 볼 수 있을 뿐 복사는 할 수도 없다.
국방부나 국정원 등에서는 한때 국가 기밀이라도 국회 의원실이 요구할 경우 `국가기밀`이라고 직인을 찍어 자료를 줬지만 몇 몇 보좌진들이 언론에 흘려 공개가 된 이후 자료 공개를 더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위소속 한 보좌관은 “국방부 납품이나 60만 군인들의 먹거리 관련 이런저런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군인들의 건강에 대한 문제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하지만 국방위 국감장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며 “자칫 재보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야당 공격의 빌미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미디어 관련법 공방이나, 국토해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4대강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타의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이 대다수인 대구와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경북지역의 한 의원은 “여당이 되어서 정부에 핏대를 세울 수도 없고 참 곤란하다”며 “가려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쟁점안이 쌓여 있는데, 다른 상임위에서 중요하다고 나설 수도 없을 뿐더러, 아마 왠만한게 아니면 주목받지도 못할 것”이라며 “그냥 평범하게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