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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다섯번째 안부 - 송헌이의 첫 돌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6-09 20:22 게재일 200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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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밭에 옮겨 심은 산딸기나무가 검붉은 열매를 맺었더군요.

자그마한 키로 저도 산딸기나무라고

볕 받아먹고 비 받아먹고 발갛게 키우느라 애를 썼겠구나 생각하니

기특하기 짝이 없었지요.

한참을 따먹기도 하고 담아 넣기도 하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송헌이 돌인데요. 지금 형님들 여기 다 모였습니다.”

“정말? 왜 이제 전화하는 거예요. 그럼요, 당연히 가야지요.”

그러고 보니 곧 아들 네미 돌이라는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까맣게 잊었지 뭡니까.

산딸기를 담은 종이봉투를 든 채 대보에서 송도까지 단숨에 달렸습니다.

송헌이 엄마는 레티녹, 아빠는 안성해입니다.

베트남이 고향인 레티녹은 올해 예쁜 스물세 살,

성격 좋은 성해씨를 만나 머나 먼 이곳까지 왔고 그리고 송헌이를 낳았지요.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느라 고향 한 번 다녀 올 짬이 없었지만

그동안 말도 많이 배우고 음식 솜씨도 제법 늘었답니다.

마중 나온 성해씨를 따라 들어가니

주인공인 송헌이는 마악 잠이 들고

안방에 떠억 하니 차린 돌상에 형님들 둘러 앉아 있더군요.

살면서 이래저래 만난 형들은 피붙이처럼 살갑게

성해씨 금쪽같은 아들 송헌이의 첫돌을 축하해 주었지요.

잡채, 회, 떡, 과일, 오이소박이. 생선구이….

물론 시어머니께서 거들어 주셨겠지만

‘엄마’ ‘엄마’ 하며 오종종 주방 오가며 분주했을 레티녹을 떠올리니

음식 하나하나가 참 맛있고 정겨웠습니다.

부스스 일어난 송헌이가 레티녹의 품에 안겨 나오네요.

제 딴에는 돌맞이를 하는지 약간은 핼쓱한 얼굴이지만

손가락엔 돌반지 노랗게 끼고 목걸이도 걸었습니다.

제 어미를 꼭 붙들고 까만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가

어찌나 예쁘던 지요.

문득 산딸기나무와 첫 열매가 생각났어요.

나무 노릇 하려고

눈부신 햇살에도 얼굴 돌리지 않고 바라보는 것,

열매 노릇하려고

비바람에도 손 놓지 않고 매달려 있는 것,

그렇게 달디 단 것이 오듯

저렇게 예쁘고 예쁜 것도 그리 온 거로구나.

커다란 덩치의 성해씨가 연신 싱긋싱긋 웃습니다.

따뜻한 밥 미역국에 꾹꾹 말아 먹고 나니

레티녹이 시원한 물 한 잔 날라다 줍니다.

볼이 발간 그들의 열매가 한쪽에서 장난치며 놉니다.

형님들 눈이 송헌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잘 자라라 잘 자라라 그렇게들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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