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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 원망소리

슈퍼 관리자
등록일 2009-04-27 16:37 게재일 2009-04-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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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부리는 촌로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200만 명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평생을 농사 밖에 모르는 농부와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소 한 마리가 주인공인 영화.

농부는 자신의 몸도 지탱하기 힘든 상황에도 그 흔한 사료를 마다하며 꼴을 베서 소에게 먹였고 소는 그런 주인에게 보답이라도 하듯이 마흔 살의 고통도 참아가며 주인의 뜻을 따랐다.

기계화를 거부하며 고집스럽게 농사를 짓는 노인과 소의 삶을 그린 워낭소리는 소의 죽음을 앞두고 40년을 달고 살았던 워낭과 코뚜레를 풀어 주면서 끝을 맺는다.

말 없는 촌로와 말 못하는 짐승과의 78분짜리 무언의 대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관객들은 가슴 먹먹함을 느끼며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상업영화도 아닌 기록 영화가 어떻게 이토록 많은 관객을 끌어 모아 눈물을 훔치게 했을까? 그저 말 못하는 짐승의 기록이였었거나 시골농부의 삶을 그린 영화였다면 작품의 소재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렇게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필자의 느낌은 최선을 다하려 했던 인간과 동물의 믿음이 미완성으로 끝남에 대한 각각의 원망과 아쉬움들이 잔재하며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필자는 지난 3월 2009 청도 소싸움축제를 관람하였다. 원형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머리를 맞댄 2마리의 소를 응시한다.

장내 아나운서가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자 그 소리에 흥분한 싸움소는 두 눈을 부릅뜨며 경기에 몰입하고 관중들은 함성을 질러 댄다.

주인의 뜻과 관계없이 본능적으로 싸우던 소들은 간혹 피를 흘리고, 힘겨움에 거품을 물며 알 수 없는 짖음을 한다.

하지만 그 짖음은 “저놈들이 뿔 빠지게 싸워도 상은 주인이 갖고 간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관중의 함성에 뒤섞여 허공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지친 싸움소들의 슬픈 눈! 또 한번 가슴이 먹먹하더니 원망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최근. 포항시 공무원들의 가슴에는 ‘위기를 넘어 새로운 포항시대로’라는 구호가 적힌 소머리 형상의 표찰을 달고 다닌다.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 소의 성실함과 끈기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때보다도 글로벌 도시건설과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위해 휴일과 밤낮을 잊은 채 소같이 뛰고 있지만 그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그것은 작금의 좋지 않은 일들이 공무원 전체의 일인 냥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원망소리가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싸잡아 욕을 먹고, 싸잡아 욕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한통속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소같이 일을 하고도 책임만이 존재하는 공무원들의 비애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모든 일에 주눅이 들면 능률이 오르지 않을뿐더러 사고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또한, 원망과 불신이 길어지고 깊어지면 상실감과 함께 신뢰마저 무너진다. 이제, 새로운 다짐으로 위기를 넘으려고 하는 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기를 불어 넣어 줘야 한다.

또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접시를 깨도 괜찮다”는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의 정착 또한 따라야 한다.

아울러 다원화 사회에서 공무원의 역할은 지대하며 시민이 거는 기대도 크다. 공무원의 가슴에 달린 소의 형상과 구호가 진정, 형식이 아니길 기대하며 앞서가는 사고와 긍정에서 출발하는 행정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본다.

그래서 원망의 소리가 아닌 희망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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