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자신의 몸도 지탱하기 힘든 상황에도 그 흔한 사료를 마다하며 꼴을 베서 소에게 먹였고 소는 그런 주인에게 보답이라도 하듯이 마흔 살의 고통도 참아가며 주인의 뜻을 따랐다.
말 없는 촌로와 말 못하는 짐승과의 78분짜리 무언의 대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관객들은 가슴 먹먹함을 느끼며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필자의 느낌은 최선을 다하려 했던 인간과 동물의 믿음이 미완성으로 끝남에 대한 각각의 원망과 아쉬움들이 잔재하며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장내 아나운서가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자 그 소리에 흥분한 싸움소는 두 눈을 부릅뜨며 경기에 몰입하고 관중들은 함성을 질러 댄다.
하지만 그 짖음은 “저놈들이 뿔 빠지게 싸워도 상은 주인이 갖고 간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관중의 함성에 뒤섞여 허공으로 사라진다.
최근. 포항시 공무원들의 가슴에는 ‘위기를 넘어 새로운 포항시대로’라는 구호가 적힌 소머리 형상의 표찰을 달고 다닌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때보다도 글로벌 도시건설과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위해 휴일과 밤낮을 잊은 채 소같이 뛰고 있지만 그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싸잡아 욕을 먹고, 싸잡아 욕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모든 일에 주눅이 들면 능률이 오르지 않을뿐더러 사고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또한, 원망과 불신이 길어지고 깊어지면 상실감과 함께 신뢰마저 무너진다. 이제, 새로운 다짐으로 위기를 넘으려고 하는 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기를 불어 넣어 줘야 한다.
아울러 다원화 사회에서 공무원의 역할은 지대하며 시민이 거는 기대도 크다. 공무원의 가슴에 달린 소의 형상과 구호가 진정, 형식이 아니길 기대하며 앞서가는 사고와 긍정에서 출발하는 행정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