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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김사인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3-05 16:06 게재일 200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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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비바람에


마침내 꽃이 누웠다



밤내 신열에 떠 있다가


나도 푸석한 얼굴로 일어나


들창을 미느니



살아야지



일어나거라, 꽃아


새끼들 밥 해멕여


학교 보내야지




- 가만히 좋아하는(창비·2006)


 


첫 시집‘밤에 쓰는 편지’(청사,1987)를 발간 후 장장 19년 만에 펴낸 둘째 시집‘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으로 김사인 시인은 우리 문단에서 오래도록 화제가 되었고 주목을 받아왔다. 나는 시집‘가만히 좋아하는’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 다만 겉표지에 손때가 덕지덕지 묻어 나달나달해져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시집에 수록된 67편의 시 가운데 어느 한 편의 태작도 발견하지 못했다. 시‘꽃’은 비유(의인화)와 상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생의 모진 비바람에 쓰러져 누워 밤내 신열로 떠 있다가도 기어코 일어나야 한다, 새끼들 때문에 기어코 살아야지>라는 내용의 이 시는 고달프고 막막한 서민들의 삶의 한 순간을 강렬한 서정의 아우라로 불러내고 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연민, 측은지심의 마음자리가 바로 이 시가 거느리고 있는 본 모습이다. 자식과 지어미를 안타까움과 깊은 사랑으로 대하는 사내의 따스한 눈빛이 절절하다. 이 시는 가까이로는 미당의‘無等을 보며’에서, 멀리로는 당나라 두보의 시편들에서 그 친연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겠다.


해설 <이종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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