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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천추태후' 보는 재미

김명화 기자
등록일 2009-02-23 16:19 게재일 20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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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새롭게 시작된 사극 ‘천추태후’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천추태후는 역사서에서는 고려를 뒤흔든 요부로 그려졌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대고구려 건국이라는 이상을 품고 적극적인 북진정책을 펴나간 매우 진취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벌써부터 활을 들고 전장을 누비는가 하면 냉혹한 정치의 현장에 뛰어드는 여성 지도자로서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사극에서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 대개 권력의 배후에서 남성을 조정하여 음모를 꾸미는 음모가, 팜므파탈의 이미지로 그려지거나 남성의 보조자 혹은 희생자로서 그려져 왔기에 이러한 시도가 신선하다.


‘천추태후’를 시작으로 ‘왕녀 자명고’(거의 픽션에 가까울 것이라고 한다), ‘선덕여왕’이 곧 방영될 예정이라고 하니 올해 안방극장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의 다양한 활약상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해보았다. 여성들의 역할 모델로 삼아봄 직한 역사 속 인물로는 누가 있을까? 신사임당, 선덕여왕, 유관순, 정부인 안동장씨, 김만덕…. 몇몇을 떠올리다 이내 멈추어 버린다.


기억하고 있는 여성인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비슷할 거라고 생각된다. 지난해 우리원에서 경북지역 역사 관련 분야 연구자 및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여성인물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신사임당, 선덕여왕, 허난설헌, 정부인 안동장씨, 유관순 정도로 나타나 이러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정규교육 과정에서 여성인물을 접하기란 매우 어렵다.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 속 여성인물을 분석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 속 여성인물은 약 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나마 이들 여성인물 소개도 대부분 현모양처 등 고정화된 이미지나 전통적 성역할에 국한되어 있다고 한다. 특별히 여성사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연구나 문헌을 뒤지지 않는 이상 어떤 여성인물이 있는지, 업적이 무엇인지, 오늘날에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기가 몹시 어렵다.


역사학자인 카(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했다. 지나간 역사는 현재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기록의 부재, 역사가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대화할 과거가 많지 않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앞서 질문으로 돌아가 역사 속 여성인물의 범위를 한국 전체가 아니라 지역 여성으로 한정한다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여성사나 여성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비교적 최근으로 아직까지 지역여성 인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정보나 인지도는 낮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대화의 단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화의 부족 현상은 절실하다.


역사가 현재의 문제 해결과 미래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이자 자긍심의 원천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여성의 역사를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 같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여성사 연구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연구들이 꾸준히 축적되고 있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여성의 역사를 발굴하고 연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문화관광 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일상에서 여성의 역사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여성인물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무럭무럭 키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지역 여성들도 우리 지역 여성사와 여성인물, 여성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좀 더 키워가기를 희망한다.


굳이 거창한 역사의 무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속한 단체, 어머니, 혹은 스스로의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기를 바래본다. 자기성찰만큼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성찰을 통해 얻어지는 자긍심, 긍정의 힘을 통해 미래를 힘차게 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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