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이라고 새날이라고
복 많이 받으라, 건강해라 날아드는 편지
짧은 몇 글자에 담긴 마음들 깊고 훈훈한 지금은
누구에게나 공평히 열리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지난 해 마지막 날,
34년간의 공직 생활을 접으신 김재섭 구룡포읍장님
당신도 새 날을 맞으셨겠지요.
큰 덩치로 자전거를 타고 싱긋싱긋 웃으며
포구 구석구석을 누비시던 모습 떠오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자전거 세우고는 안부 묻곤 하셨지요.
삭막했던 공터엔 꽃을 심었고
어지럽던 부둣가 돌며 손수 쓰레기를 치우셨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읍내가 달라져 갔습니다.
앞바다 일출 사진을 읍사무소 2층 벽에 걸고는
몇 번이고 좋다, 참 좋다셨지요.
오래된 고래총을 몇날 며칠 손질해 세우시고는
또 얼마나 흐뭇해 하셨는지요.
마을 사람들은 ‘저런 양반이 우리 구룡포에 더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젠 유독 바바리 차림이 근사했던 당신의 출근 모습과
밀짚모자 쓰고 읍내를 돌던 힘찬 패달질
그리고 노을 지는 눌태리를 뒤로하고 퇴근 하던 검은색 낡은 자동차를
다시 볼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억세다는 바닷가 마을, 게다가 그곳이 공직생활의 마지막 근무지라면
대부분 그저 슬렁슬렁 시간이나 보내다가 퇴직하셨겠지요.
그러나 마지막이기에 더욱 열심이셨던 분,
그동안의 공직 생활이 준 안목과 타고난 성실함을 모두 쏟으셨던 분,
한 마을의 수장이 어떠해야 진정한 변화가 오는 지
당신은 말이 아닌 삶의 태도로 보여주셨습니다.
읍장님, 우리 읍장님
새해, 새 날을 그 누구보다 환하게 여셨겠지요?
눈부시게 떠오르던 첫 해의 기운이
멋지게 새 출발을 하실 마음에 가득 쏟아졌을 거예요.
이곳 구룡포에 읍장으로 머문 시간은 일 년 반 남짓이지만
나곡서원 지나 마을로 드는 가을 길목마다
당신이 심어 놓은 코스모스 나부낄 테고
우리들 맘속에는 잊지 못할 읍장님으로 오래오래 머물 겁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