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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칼럼...왕따의 몸부림

등록일 2006-10-18 20:31 게재일 200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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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대 <소설가>


‘아름다운 나라’를 노래하며 일본 총리에 오른 아베 신조의 아름다움은 ‘힘’이다. 그에게 아름다운 나라는 강한 일본이다. 제국주의의 바탕을 다져놓은 메이지유신의 목표가 부국강병이었으니 아베는 그 시절의 향수를 유전적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의 정치적 스승이었던 외할아버지를 통하여 그러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그의 외할아버지 기시는 군국주의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을 때 상공대신이었으며, 일본의 패전과 함께 A급 전범으로 몰렸다가 운 좋게 풀려나 50년대 말에 총리 자리에 올랐던 사람이다. 기시의 가장 큰 소망은 패전국으로 불평등하게(?) 만들어진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자위대가 아닌 정식 군대를 가지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당시 일본의 반전세력과 학생들의 거센 항의에 부닥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외손자한테 유지를 남겼다. 그 외손자 아베가 이제 강한 일본을 외치며 나서서 헌법 개정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


가까이는 직전의 총리 고이즈미가 터를 닦아준 공이 크다. 고이즈미는 노골적으로 메이지 시대의 정책을 따랐다. 메이지 시대에는 탈아입구(脫亞入歐) 정책을 써서 조선이나 중국 등 아시아 나라들은 못난 이웃이라 하여 무시하고 영국 중심의 유럽식 체제를 갖추는 데 힘을 썼다. 그것을 고이즈미는 탈아입미(脫亞入美) 정책으로 바꾸어 한국과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과 찰떡같이 붙어 지냈다. 그러면서 계산 빠르게 일본 자체의 방위비를 아끼려고 미군의 힘을 많이 끌어들이기에 힘썼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미군과 합동으로 최신예 고성능 군함인 이지스함을 11척이나 보유하고, 2년 뒤에는 미국의 핵 항공모함까지 진주하는 거대한 군사 요지로 확대해 가고 있다. 그렇듯 미국의 핵우산 아래 콧노래를 부르며 편하게 안보를 챙길 수 있는 일본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체 핵 개발에 강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이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엄살을 부리며.


현재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핵 감축 협상에 따라 상당히 줄이고 나서도 지구를 일곱 번이나 파괴시킬 수 있다는 2만7천 개 정도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가 2만5천 개 이상으로 거의 모두를 가지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 수백 개씩,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몇 개씩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세력균형이 깨어지면서 지구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게 된 미국은 제 세상을 만난 듯이 그 힘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힘으로 설치니까 따라서 온 세계가 너도나도 힘 쌓기 경쟁을 펴게 된다. 그 가운데 동아시아의 힘겨루기가 두드러진다. 일본이 미국을 업고 있으면서도 몇 해 전까지 세계 두 번째로 많은 군사비를 쓰게 되니까 중국은 날로 커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일본을 앞질러 세계 두 번째 군사비를 쓴 나라로 떠올랐으며, 한국도 세계 여덟 번째 군사비 지출의 나라가 되어 몇 년 안에 이지스함 3척을 건조할 예정이고, 대만도 핵 개발에 군침을 흘리고 나서는 실정이다. 구태여 순위를 매기니까 그런데, 1위인 미국의 작년 군사비 지출이 5천200억 달러(약 500조 원)로서 800억 달러를 쓴 2위 중국 이하 10위까지의 나라를 다 합친 군사비 3천300억 달러보다 1.5배 이상이라 한다. 그러니까 미국을 초강대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 김정일 체제가 들어서면서 부르짖은 북한의 강성대국론은 제국주의의 부국강병론과 다르다. 나라를 부자로 만들고 강한 군사력을 기른다는 부국강병론의 이면에는 힘으로 남을 치겠다는 침략적 야욕이 도사리고 있다. 더 큰 군사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더 큰 부를 쌓아야 하고, 더 큰 부를 쌓자면 어떤 형태로든 바깥으로 식민지를 개척해야 하기 때문에 부국강병론은 필연적으로 침략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현재의 체제로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사력을 강하게 만들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제력의 뒷받침 없이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오늘날 세계 형편으로는 상당히 제약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력의 뒷받침이 없으면서 옛 소련이 무리하게 미국과 군사력 경쟁을 하다가 무너지지 않았던가.


거기에다 세계적으로 공산 세력이 허물어지고 난 뒤에 외로이 주체사상을 무기로 삼아 사회주의 체제를 지켜 나가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북한은 국제적으로 거의 왕따를 당해 있는 형편이다. 외톨이는 언제나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억눌린 가운데 살아간다. 거기서 헤어나기 위하여 외톨이는 때때로 턱없이 엄포를 놓기도 하고 허풍을 떨기도 한다. 그러다가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외톨이는 빠져나갈 길이 없는 벽에 몰려 끝내 고양이를 물려고 덤비는 쥐의 꼴이 된다. 미국 건국기념일에 맞추어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것이나, 당 창건 기념일 하루 앞서 신임 일본 총리가 중국과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에 맞추어 핵실험을 한 북한의 행동들은 모두 그러한 왕따의 애처로운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진주하게 될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에 엄청난 압박감을 받을 것이다.


핵으로 장난치는 게 밉지만, 한편으로는 왕따 두목 김정일 위원장이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간도 쓸개도 다 빼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그토록 고집스레 지켜야 할 게 뭐 있다고. 눈 딱 감고 미국에 고개 한 번 숙이면 될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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