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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 어디까지 가봤니?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4-05-28 19:25 게재일 2024-05-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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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포 골목길에 커다란 해국이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경주 감포에는 볼거리가 많다. 작은 조선소가 있는 감포항, 일출 명소인 전촌용굴, 역사 스토리텔링이 견고한 이견대, 뷰가 멋진 감포정,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포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자주 다니러 가도 돌아볼 곳이 아직 남았다.

흘깃 보기만 해도 등대가 대여섯 개나 보이는 감포항은 등대 수만큼 아름답다. 이달의 등대라는 명찰을 단 감은사 탑을 음각한 등대 사이로 푸른 바다와 갈매기가 넘나든다. 감포항 방파제 끝에 자리한 송대말등대는 한옥 등대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곳에 마련된 빛 체험전시관은 1955년 무인 등대로 설치되어 60여 년 감포 앞바다를 비추던 ‘송대말등대’를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디지털 미디어를 상영하는 곳으로 2025년 감포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관했다. 경주 앞바다와 감포항 등대를 주제로 해양 문화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며 국내 유일 디지털 미디어 시상식인 2021년 ‘앤 어워드 시상식’에서 그랑프리상을 수상한 최고의 디지털 콘텐츠로도 인정받은 곳이다.


전시관 1층에는 감포항과 송대말등대 빛의 역사와 주변의 주요 어종, 근대 감포 이야기와 개항 이후 현재까지를 소개한다. 파도가 밀려오는 영상이 파도 소리와 더불어 실사처럼 느껴져 아이처럼 파도와 장난을 쳤다. 용이 날아오르는 감은사의 전설은 한참 그 자리에 멈춰있게 만든다.


2층에는 바다의 길잡이로서 아름다운 경주 바다를 밝히는 ‘빛으로 여는 바닷길’ 체험이 이어지는 참여형 콘텐츠로 구성했다. 발자국이 그려진 곳에서 화면에서 설명하는 대로 따라 터치하며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옆 전시실에 내 사진이 반영되어 내 모습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뜻밖의 경험을 맛본다. 터치하거나 걸을 때마다 빛이 바뀌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콘텐츠이다.


전시 공간은 5개 존과 13개 콘텐츠로 구성됐으며, ‘천년광체’라는 주제로 경주와 감포의 과거 1000년과 현재, 미래 1000년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여 준다. 굳게 닫혀있던 등대 건물 내부에 신비롭고 몽환적인 빛과 조명으로 가득 차 찬란한 경주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향연케 만든다. 전시관을 나와 화장실을 가려고 들어간 건물에는 볼풀 터치스크린 게임이 있어서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쓰레기를 맞추면 점수가 올라간다. 옆 칸의 볼풀장은 작은 공간이지만 서너 명의 아이들이 잠시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큰 기대 없이 등대 구경하러 왔다가 환상적인 선물을 받았다.


이젠 야외로 발길을 옮겼다. 감포 공설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해국이 피어난 골목으로 들어갔다. 콘크리트 벽에 구멍이 난 곳을 꽃의 중심이 되도록 감쪽같이 그렸고, 벽의 꽃을 따라 골목을 걸으면 작은 모퉁이 돌에도 꽃 그림이 피었다. 일제강점기에 어업기지로 수탈의 현장이었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던 이곳을 해국 그림이 그려지며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언덕을 오르는 계단에 그려진 세상에서 제일 큰 해국은 감포의 상징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사진을 찍다 보면 힘들지 않게 언덕 위에 오르게 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감포항도 매력적이다. 해국은 7월에서 11월까지 연보랏빛 꽃이 피는데 계단 주변에 꽃밭을 조성했다.


이곳의 정겨움이 알려져서인지, 드라마 촬영팀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지금도 촬영 중이라 미술팀이 골목에 꽃을 장식하고 낡고 빈집에 색을 입히고 세탁소와 떡집이라는 간판도 달았다. 7월 즈음 공개될 드라마에 해국 골목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목욕탕이었던 곳이 새롭게 리모델링 해 카페가 되고, 옛 지하창고는 갤러리로 변신할 거라고 한다. 이 골목에는 ‘다물은집’이 있다. 무슨 뜻일까 했더니 일본인들이 살던 적산가옥을 다시 찾았다는 뜻인 다물은집으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골목은 어린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지금 감포에는 기다림을 간직한 채 피어난 해국이 우리를 기다린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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