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게 했던 여름의 터널을 지나 초가을로 접어들게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가을 내음 속에 열대야의 여름은 잊혀질 것이다.
얼마전 포항시의 자매도시인 일본의 조에츠시를 다녀왔다.
뇌리에 각인된 그곳의 풍경의 중심에는 '질서'와 '참여'가 있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질서와 참여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디를 가도 정돈된 질서와 튼튼한 참여 의식이 있었다.
박물관, 공연장, 호텔, 도로, 식당, 쇼핑몰 곳곳에 정돈됨과 시민참여가 보였다.
애써 정돈되고 참여하는 것도 있고 삶에 묻어난 것도 있었다.
곳곳에 정돈되고 참여의식이 없는 곳은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보아 넘겼던 질서와 참여가 있는 풍경이 시간이 갈수록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인이 꿈꾼 '아르카디아(Arcadia)'나 도연명이 꿈꾼 '도원경(桃源境)'이 부럽지 않는 오늘날의 이상향이 바 이런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본의 도시민들은 아마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 오늘과 같은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놓은 것일 게다.
서양 사람들은 도시를 설계할 때, 꿈속의 정원 '아르카디아'를 도시 곳곳에 심으려 했다.
아르카디아의 오아시스가 없는 도시는 사막처럼 삭막하다.
그러나 그리스의 문호 비르길리우스의 '전원시'가 흐르지 않는다면 그 아르카디아인들 어찌 환한 빛으로 충만하랴.
오는 17, 18일 효자아트홀에서는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오페라 '마술피리'가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지역 문화예술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포항 최초의 민간오페라단인 포항오페라단이 주최하는 포항오페라단 창단공연 작품이기 때문이다.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인 1791년 35세의 나이로 작곡한 '마술피리'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아리아와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 환상적인 무대로 세대를 넘어 호평받고 있다.
젊은 연인의 사랑과 선악의 대결구도 등 동화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남녀노소가 함께 관람하기 좋은 가족용 오페라이다.
그동안 문화의 향기에 목마를 수 밖에 없었다고 불평했던 우리 모두,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자.
문화의 달 10월을 앞두고 예술의 꽃이라 불리는 오페라를 감상하자.
지휘자, 성악가, 오케스트라, 합창단이 타산지석으로 합심해 일구어낸 예술의 변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자.
마침 포항오페라단에 예술계의 이목이 한곳으로 모아지고 있는 때가 아닌가.
온 가족이 함께 삼삼오오 짝을 짓지 않아도 좋다.
연인과 아니면 혼자서라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포항오페라단의 공연이 내년, 후 내년, 몇 백년 후에도 우리의 시야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하자.
포항을 '예술의 도시'로 덮어버리자.
문화예술의 21세기, 문화공급자들의 노력이 꽃으로 꽃피기를 기원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