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란 단순히 벗은 몸으로서 그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나체가 아니라 오브제 로서의 피부의 표면이나 체모,머리카락이 인위적으로 변형된 상태에서 전시(展示)가 전제 되는 것이다.
예술의 한가지 형태로서 누드는 그림의 출발점이 아니라 그림이 완성된 것을 보는 방법이다. 그래서 누드화는 주체(즉 누드)가 감상자에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그림속에 암시하고 있다.
인체의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미에 대한 탐구는 벌거벗은 육체를 관조할만한 진지한 주제로 제공한다는 생각에서 의미깊은 형태를 창조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인 시각적 가치를 가지게 된다. 예술적 측면에서 누드가 가지는 시각적 가치는 생물학적 욕구와는 별도로 조화, 힘, 도취, 겸양, 파토스 같은 인간체험을 환기시켜 주는 다른 면에서 요구되기도 한다.
전통적 미의 규범에 따른 누드 도식은 관능적인 것과 기하학적인 것이 융합되어 누드는 생명없는 추상 형태가 되거나 혹은 성적인 요소가 강조된 형태가 되었다.그러한 관습적인 미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거부는 누드를 순수한 회화 구성요건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관능적 외관 보다는 자신의 특수한 요구에 필요한 개별적 특성을 고수하고자 하는 욕망이 표출된다.
모든 이상적인 형태의 습관을 파괴하고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무언과 깊은 내적인 힘의 결과를 자기자신의 고유한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기본적인 자연의 감정을 희생해야 한다는 변신(metamorphosis)은 깊은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야 하며 인체에 감추어진 내면적 측면을 유추로서 상상적인 체험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모든 구조에 인체를 관련 시킨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복잡한 유추 내용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러 할 때 단순히 재현하는 누드가 아니라 확대된 육체,생활 체험과 육체로서 강렬한 정서를 불러 일으키면서, 무의식적으로 그것으로부터 척도 감각이나 비례체계 그리고 기본적인 형태의 레퍼터리를 끌어내게 한다.
누드가 예술로서 표현된 주제와 상황에 대한 반응은 현실의 주제와 상황에 대한 반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의식으로의 전환-혼자 지내다’란 부제를 달고 개최하는 이번 서정갤러리의 초대전은 갤러리가 생긴이래 지역의 작가가 처음 초대되는 전시회인만큼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며 그렇기에 그만큼 부담 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역에서 누드작품 발표가 맣지 않은 관계로 관람객들이 생소함을 느낄지 모르나 누드역시 일반 정물이나 풍경을 감상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이 가을에 많은 관람객이 감상할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랄뿐이다 .
From 이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