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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스승의 날

김정호기자
등록일 2006-05-16 20:35 게재일 200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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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인데 막상 휴일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제25회 스승의 날을 맞았으나 일선 교사들은 마음이 썩 편하지 않다.

‘촌지를 근절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아예 올해 스승의 날은 학교에 오지 않는 날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평년 같지 않게 스승을 찾지 않는 ‘스승의 날’이 돼 버린 이날,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한 그로서는 섭섭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는 것.

올해는 유난히 교사라는 직업이 상한가다.

국내 한 리서치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호직업 1위로 ‘교사’가 올랐으며 결혼 상대자 1위에 ‘여교사’가 올랐다.

그러나 올해 스승의 날 교사들의 현주소는 이 같은 조사결과와 사뭇 다르다.

촌지 문화를 근절하겠다며 각급 학교 학교운영위원회는 문제의 본질은 무시한 채 스승의 날 학생들이 등교하는 것 자체를 금해 버린 것이다.

경상북도 포항교육청에 따르면 포항시 관내 초등학교 60군데 중 이날을 휴일로 정한 학교는 37개이고 나머지 23개 학교 중 대부분은 단축수업 등을 실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승의 날 휴일 해당학교 교사들은 지난주 금요일 오후부터 등산을 가거나 친지를 방문하는 일정을 잡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떨쳐 버릴 수 없는 표정이다.

올해 20년째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47)교사는 “요즘은 학원 선생이 야단치면 학부모들이 고맙다고 말하고 학교 선생이 야단치면 ‘왜 내 아이만 때리느냐’고 항의한다” 며 “촌지 얘기만 하면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요즘 스승의 날이 노는 날이 된 것이 다행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1960년대, 교사는 가난하고 성적 좋은 학생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걸어야 했던 길이었으며 박봉과 정치바람에 휩쓸려 왔으나 최근 이어지는 경기 불황으로 최고 인기 직업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일선 교사들은 스승 없는 직업 교사들의 스승의 날로 정착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2006년 5월 제25회 스승의 날을 맞았다.

/김정호기자 k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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