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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투표 안해" 불참자의 목소리

이임태기자
등록일 2006-06-01 23:06 게재일 200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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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포항으로 이사 온지 1달 밖에 안돼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기초의회, 광역의회 개념이랑 투표방법도 잘 모르겠어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 정도면 투표에 참가하겠지만 시장이나 시의원은 누가 되든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제4대 지방선거일인 31일. 포항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은 투표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놓고 있는 다양한 이유다.



한 40대 주부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에 따른 공천장사 논란, 정책은 없고 감성에 호소하는 선거운동 등 투표도 하기 전에 질려버렸다”며 “그래도 투표는 하려고 했지만 인사 받은 기억만 가지고 표를 행사하기가 싫어서 기권했다”고 말했다.



이 주부의 경우처럼 국민의 기본권 중 기본권이라 할 참정권을 포기한 유권자들은 주로 ‘정치 불신’과 ‘누구를 뽑아도 마찬가지’라는 냉소를 나타냈다.



포항시 남구 Y아파트에서 만난 이모(42·남구 대이동)씨는 “정책대결보다는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요란한 인사치례나 하려 든다”며 거부감을 나타낸 뒤 “선거가 끝나면 다음 선거까지 얼굴이나 한 번 볼 수 있을지 생각하면 투표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또 남구 연일읍 인주리에서 만난 50대 농민은 “농민들은 사지로 내몰려 당장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데 자기들만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바쁜 일손을 부지런히 놀려보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아 투표도 하기 싫다”고 털어놨다.



투표를 안 할 예정이라는 김모(여·39·포항시 북구)씨는 “예전에는 꼬박꼬박 투표를 했지만 앞으로 안하기로 했다”며 “서민을 힘들게만 하는 모습을 보며 후회하기 싫고 누구를 찍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정치판을 싸잡아 겨냥했다.



이밖에 자신을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밝힌 한 40대 중반 남성은 “공천 결과에 승복한다던 사람이 재출마하는 등 부끄러운 줄 모르고 약속을 저버리는 이들을 뽑은 들 뭐가 바뀌겠느냐”며 “기권함으로써 부패 정치를 비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초의원 유급제·공천제 등 격상된 대우에 따라 후보자가 넘쳐나는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등에 비해 후보에 대한 정보나 인지도가 부족해 투표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유권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 중에서도 고령 유권자일수록 넘치는 후보자와 정당, 비례대표 등 복잡한 후보자와 선거방식 등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등 투표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포항의 한 기초의원 후보자는 “정당공천제와 선거운동 방식 등 이번 선거에서 나온 시행착오는 다음 선거에서는 많이 나아질 것”이라며 “다함께 어려운 시기인 만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서로를 격려할 때”라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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