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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비밀창고 실태-"말만 해! 얼마든 구해줄테니"

장영훈·김윤호기자
등록일 2006-02-15 21:05 게재일 200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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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면세품의 불법 유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적인 유통조직을 비롯해 영세한 보따리상까지 미군 면세품을 사고파는 행위는 수년 전부터 오랫동안 성행했다.


그렇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미군 면세품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을까.


14일 전국 유통망을 갖췄다는 칠곡군 왜관 면세판매 현장을 직접 찾아 제품을 구입해봤다. 이날 왜관 주변의 미군 면세품 창고 실태는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누구나 쉽게 구입 가능=왜관에 자리 잡은 미군부대는 미8군 캠프 캐롤. 1959년 5월 병참장비 부대로 주둔하기 시작했다. 부대규모는 81만4천여평. 외곽둘레만 10.4km에 달한다.


이로 인해 부대 주변 가정집까지 흘러나온 미군 면세품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


14일 오후 제보를 받은 장소를 찾지 못해 1, 2명 지나는 주민들에게 면세품 창고를 묻자 친절(?)하게도 몇 군데를 알려줬다.


특히 칠곡군청 인근 한 슈퍼는 제품별로 취급하는 판매상들의 연락처를 보였다.


“뭐가 필요해, 여기서 주문만 하면 배달해 주니까 말만 해”라는 주인의 말은 뿌리 깊은 미군 면세품 불법 유통의 단면을 보여줬다.


여러 곳 가운데 ㅎ카센터 주인에게서 ‘가장 싸게 제품을 공급한다’는 소문난 가정집을 소개 받았다.


초인종을 누르자 ‘누구시냐’는 응답이 들렸다. ‘면세콜라 좀 사러 왔습니다’라는 말을 건네자 곧바로 문이 열렸다.


주인으로 보이는 60대 노인은 퉁명스럽게 “얼마나 필요해, 설 때문에 지금 물량이 많이 없는데”라며 지하 창고로 안내했다.


2박스를 달라고 하자 2만8천원을 제시했다.


돈을 지불하자 시중에서 볼 수 없는 콜라 24개(355㎖)들이 박스를 넘겨줬다.


창고 안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양주, 맥주 등 온갖 주류와 생필품 등이 진열돼 있었다.


▲대량구매는 예약필수=60대 노인은 누구 소개를 받고 왔냐고 물었다. 카센터 소개라고 했더니 그때서야 의구심을 풀고 이런저런 사정을 애기와 함께 거래할 것을 제안했다.


“커피숍이라도 운영하는가. 물량을 미리 말해 놓고 오면 대량구매도 가능한데, 3월초쯤에 PX(미군매점) 물량이 들어오니까 전화 하시게” 제품양이 적다고 하자 주인은 “판매상끼리 연결이 잘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물량을 맞춰줄 수 있다”면서 “예약만 하면 원하는 양을 싸게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요즘은 마니아들이 생겨서 할인점보다 오히려 더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설 연휴동안 선물용 양주들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것. 이름난 21년산 ㅂ양주, ㄹ양주(11만원대)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전했다.


왜관 미군 면세품 창고는 미군이 철수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후 대형 창고를 중심으로 그 수가 조금 줄였지만, 전국 유명세 때문에 부산, 충청 등의 구매자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훈·김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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