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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전기 노비상속 남녀 차별 없었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7-24 21:07 게재일 2012-07-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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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의병장 김현룡 장군 문중 노비상속 기록 `분재기` 발견
▲ 조선 전기 민간 생활상 등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수원김씨 남계공파의 노비 분재기.
조선전기 민간 생활상 등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노비 상속기록을 한 분재기(分財記)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향토사학자 배용일(포항대학 명예교수)·한학자 이희특씨 등 포항시사 집필위원들이 23일 공개한 임진왜란 의병장이었던 김현룡 장군의 문중인 수원김씨 남계공파의 노비 분재기에는 조선전기 영일 입향조 김예중의 2남 김정(김현룡 장군의 고조부)이 1493년 처가 박씨로부터 받은 노비상속 내용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분재기에는 박씨 문중에서 맏딸 장수현감 이제의 부인, 맏아들 박형손, 차녀 승문원 교리 김정의 부인, 2남인 전 사과(司果) 박형윤 등 4명에게 상속한 138구의 솔거노비와 외거노비의 수와 이름을 기록한 후 4명의 수결을 받은 것이다.

중요한 내용은 상속은 출생 순으로 돼 있으며 이 순서는 아들 딸을 구별하지 않는 고려시대 혹은 조선전기의 전형적인 방식이며 상속도 가문을 계승하는 장남에게 봉사, 손님접대, 종가유지 등을 위한 6구의 상속 이외엔 아들 딸에게 거의 같은 수의 노비를 지급하고 장남과 차남을 크게 차별하는 조선후기의 방식과는 매우 다른 형태다.

이러한 방식과 내용은 1659년 조선중기 정극후(임란시 흥해 의병장 정삼외의 2남) 부부의 분재기가 남녀순위, 장남과 다른 자녀들과의 상속 비율의 차이가 큰 것과는 다른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 포항시사 집필위원들은 포항 최고의 분재기로 밝히고 있다.

배용일 향토사학자는 “이 분재기의 내용은 조선전기와 중기를 거쳐 정착된 조선후기 양반관료사회의 유교사상에 입각한 신분·가족제도 남녀차별, 적서차별, 장자 중심, 외거노비의 증가 등의 변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조선시대 사회사연구는 물론 포항사회사 연구의 중요 사료로서 주목된다”면서 “분재기 외에도 토지와 가옥 등에 대한 별도의 분재기가 작성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원김씨 남계공파 문중은 현재 김현룡 장군과 관련한 교지 1점과 임란일기 등 종중문적이 문화재 자료 제368호로 지정돼 있어 앞으로 이와 함께 경북도청에 문화재 자료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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