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gold)과 ‘머리카락’(lock)의 합성어인 ‘골디락스’(goldilocks)란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理想的인 경제상황을 일컫는다. 골디락스는 본래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 등장하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예쁜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는 어느 날 숲 속을 걷다 길을 잃고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에 당도했는데 집 안에는 곰들이 끓여놓은 세 가지 수프가 있었다. 뜨겁고 차갑고 적당한 온도의 세 수프 중 마지막으로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선택한 골디락스가 허기진 배를 채우고 기뻐했다는 것이 동화의 요지이다. 위의 내용 중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이란 표현에서 힌트를 얻어 현실 경제에 적용한 것이 골디락스의 핵심이다.
경제전문가들은 1990년대 후반의 미국 경제상황을 가리켜 흔히 골디락스라고 언급하고 있다. 당시 미국 경제는 1995년부터 5년간 연평균 4%대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면서 실업률이 4.1%까지 하락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에 머무는 이례적인 호경기를 누렸다.
최근 들어 미국의 각종 거시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의 뚜렷한 회복세를 시사 하면서 1990년대 후반과 같은 호시절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면 금년 상반기 중 미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3%를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고유가 등에도 불구하고 안정세(전년동기대비 3% 내외 상승)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견실한 경제상황을 배경으로 미국 중앙은행(FRB)이 지난해 6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한 결과 한·미의 기준금리 수준은 4년여 만에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미국 경제의 호조와는 달리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출 신장세마저 둔화됨에 따라 미약한 회복세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소비 및 투자부문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경제주체의 심리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등 골디락스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놀라운 역동성을 감안할 때 근래의 부진에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외환위기를 단기간내 극복한 우리 경제가 아닌가?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체질 강화에 힘써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 골디락스로 대변되는 理想的인 경제국면에 진입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기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기획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