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준비위원회가 정상회의 공식 만찬장을 경주박물관(국립)으로 사실상 결정했다. 경주박물관이 APEC 회원국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유산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다음주 열리는 준비위에서 만찬장이 확정되면, 곧바로 기본계획을 세운 뒤 공사에 들어간다. 경주박물관 야외 공간(6000여㎡) 중 다보탑·석가탑을 조망할 수 있는 2000여㎡가 만찬장 예정부지이며, 10월 전에는 공사가 마무리된다. 공사비 80억원은 모두 국비로 충당한다.
준비위는 그동안 동부사적지(첨성대·대릉원 일원), 우양미술관, 동궁과 월지, 황룡원도 후보지로 검토해왔지만, 매장문화재 출토 가능성이 가장 낮고 주요국 대사들도 선호한 경주박물관을 후보지로 낙점했다. 에밀레종과 신라금관, 각종 석조유물 8만여 점이 보관된 경주박물관은 각국 정상들의 경호에도 용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원국 정상이 참석하는 만찬장은 각국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소다. 이 때문에 ‘정상회의의 꽃’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APEC 정상회의 주행사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도 물론 중요하지만, 만찬장에서는 식사뿐만 아니라 각국 정상들 간의 자연스러운 친교활동이 이루어진다. 최근 경주를 방문한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은 “만찬장은 각국 정상이 함께 공연도 관람하며 속을 터놓고 대화를 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경주 APEC회의가 성공하려면 지난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부산 APEC 때는 정상회의가 벡스코(BEXCO)와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두 차례 열렸다. 당시 해운대 누리마루는 최첨단 회의 시스템과 고품격 서비스, 한국 전통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한 최고의 만찬장이라는 극찬을 받았었다. APEC 준비위는 올가을 경주를 찾을 아태지역 21개국 정상과 기업인, 언론인들이 경주박물관 만찬장을 찾아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