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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청량사로 겨울 산행 어때요?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4-12-17 19:45 게재일 2024-12-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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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에서 청량사 선학정 코스 2.3㎞<br/>1시간 반 산책하듯 다녀오기 좋아
청량사 가는 길엔 낭만이 가득하다.

어느 계절이든 집을 나서면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 더딘 걸음으로 유유자적을 즐기기에 좋은 청량사 가는 길, 12월 초겨울 풍경으로 들어가 본다.

얼마 전만 해도 단풍과 행락객들로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했던 풍경은 사라지고 낙엽들이 애잔하게 뒹굴고 산사는 고즈넉함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나뭇잎에 가려졌던 웅장한 청량산의 바위봉우리는 더욱 선명하고 웅장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겨울이 되어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 청량산 열두 봉우리는 서로 경쟁하듯 기이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겨울 한낮의 산길은 정적만이 깊은데 희끗희끗한 기암괴석의 절묘하면서 웅장한 풍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광이다. 입석에서 청량사 선학정으로 내려오는 최단코스(2.3㎞)로 1시간 반 정도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어 인기 좋은 길이다.

그윽한 숲속 외진 길은 쓸쓸한 연말 12월의 낭만이 있어 좋고, 굽이돌아 오른 고갯마루는 먼 산 풍광의 아득함이 있어서 좋다.

입석에서 오르면 수십 년 된 굴참나무는 무성했던 잎을 남김없이 떨군 채 홀가분한 몸매를 드러내고 푸른빛을 잃지 않은 노송은 모진 세월 견디면서 휘어지고 더러는 뒤틀려 안타깝게 서 있다. 소나무마다 껍질을 벗기고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이는 일제 말기 일본군이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자국으로 80년이 지난 지금도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청량사를 가기 전에 우측으로 오르면 600m 금탑봉 아래 응진전이 있고, 금탑봉 위쪽에 김생(신라 명필)이 10년 동안 서예를 연마한 김생굴과 김생폭포가 있다.

비교적 순탄한 산길이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에 좋은 산길로 산천경개의 오묘한 조화를 음미하며 걷다 보면 청량사가 눈에 들어온다. 청량사 경내에 들어가기 전 우측으로 산꾼의 집과 청량정사가 있는데, 인근에 산꾼의 집이 있다. 김성기 시인이 오가는 길손들에게 무료 약차를 나누고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곳이다.

청량산 기슭 한가운데 자리 잡은 청량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했으며 옛 이름은 연대사로 27개의 암자가 있었다. 청량사에는 공민왕의 친필로 쓴 유리보전 현판과 종이로 만든 지불이 있고, 약사여래좌상과 괘불이 남아 있다.

절집 아래쪽에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안심당이라는 찻집이 있다. 청량산의 풍경과 일체가 되어 잠시 쉬어 가기 좋은 전통찻집으로 찻잔에 풍경소리를 녹이는 낭만도 가져볼 수 있다.

청량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계곡을 끼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목들과 우람한 바윗돌이 뒤엉켜 길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루할 틈 없이 내려오게 된다.

연말이 되면 일상의 고단함과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호젓한 바깥세상이 그리워진다. 고요하고 청량한 분위기, 청아한 풍경소리와 함께 연말연시 마음의 평온함을 청량사 가는 길에서 가져 보시기 바란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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