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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개는 친구인가 고기인가

개고기 식용이 우리 전통이라고 전한 신문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의 작성자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기록을 가지고 개고기는 우리 전통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약으로 소개하는 책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1611년 허준의 ‘동의보감’이 발간된 후의 일이다. 동의보감은 당시 다양한 관점의 의학 저서를 하나의 관점에서 통합·정리한 것으로, 당시 의학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중국 의서의 짜깁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의보감의 99%는 중국 한의서의 단순인용이고 나머지 부분은 ‘신농본초경’에서 가져온 것이다.중국 황하강 유역에서 발달한 황하문명은 세계 4대 문명 중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개고기를 먹은 유일한 문명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중국인은 개를 가축처럼 키워 해마다 복날이면 잡아먹었다. 반면 중국인이 보기에 오랑캐들은 개를 자신들의 시조나 혹은 최고신에 맞먹는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최고신을 잡아먹는 신자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유목민에게 개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바람 따라 말을 타며 평생을 산 유목민에게 먹을 갈아 글을 써 기록을 남기는 일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는데, 유목민들은 글자를 몰랐지만 모든 역사를 노래로 남겨 후세에 전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더 이상 조상들의 영광스럽던 역사를 노래할 자손이 남지 않게 되자 그들의 역사는 잊혀지고 말았다. 이런 유목민의 역사는 농경민이 쓴 역사를 토대로 유추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그들이 유목민에 대해 남긴 역사는 대체로 욕과 비방이 난무했다. 대표적인 욕이 ‘오랑캐’란 단어이다. 오랑캐란 말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란 의미이다.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으려 하면 유목민은 기껏 일궈놓은 땅을 갈아엎어 풀밭을 만들어 양을 치고 싶어 했으니 중국인 입장에서 유목민은 재앙이었다.사람과 가장 오랜 친구로 지내온 개를 두고 지금처럼 인간의 친구이냐, 인간의 식량이냐로 의견이 나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식량, 특히 고기가 충분히 공급되는 환경에서는 개를 친구처럼 사랑했으나, 식량이나 고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개는 가축일 뿐이다. 이 법칙은 농경문화와 유목문화를 살펴보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신석기 농경민은 한곳에 정착해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어먹고 살았지만 인간의 수에 비해 개간된 농토는 언제나 부족했고, 농사지을 땅도 없는데 풀을 키워 소나 양에게 먹여 그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였다. 대신 음식물 찌꺼기만 먹고도 잘 자라는 돼지나 닭, 그리고 개를 키웠다. 이와 달리 사냥을 하거나 양떼를 쳐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경우,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사냥과 목축에서 제 밥벌이를 하는 똑똑한 사냥개나 양치기 개를 잡아먹을 이유가 없었다. 농경사회와 반대되는 이런 사회를 유목사회라고 하는데 유목사회에서 개는 인간의 친구로 존재했다. 유목사회에서 개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개를 잡아먹는 행위는 금기가 되었다. 농경문화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취급하고 유목문화에서는 개를 인간의 친구로 취급하는 이런 현상은 중국과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한 모든 세계 역사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개를 친구로 여겼는지 아니면 가축으로 여겼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사회가 농경문화였는지 유목문화였는지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개를 둘러싼 인식이 민족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이동훈현재 대한민국에는 개고기를 먹는 다수의 사람이 존재하지만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는 금기 또한 존재한다. 그 금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왜 고구려 사람들은 무덤벽화에 개를 영혼 인도동물로 그려 넣은 것일까? 중국역사에는 개를 가축으로 취급한 중국인의 역사와 개를 친구로 여긴 유목민의 역사가 뒤엉켜 있다. 단군의 하늘사상과 고구려의 정신을 버리고 농경민의 후손이 되고 싶어 한 중화 사대주의자들 입장에서 보면 개는 가축이었고 개고기 식용은 당연한 식문화의 하나였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전혀 별개의 민족이며, 우리민족이 개를 신성하게 여겼고 전통적으로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원래 유목 기마 민족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참고문헌: ‘BOKA 늑대의 왕국’(주정은 저)

2019-02-26

호주 최초의 개는 임신한 딩고 한 마리

서라벌대 산학협력단장으로 일할 때 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하는 호주의 교육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호주 교육청 앤드류 국장은 업무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호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호주에는 원주민을 기리는 의식이 있는데, 현재 호주인들은 원주민이 살던 땅에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었다. 원주민에게 저질렀던 인종 차별에 유감을 표하는 국가적 행사를 매년하고 있는 것이다. 1788년 1월 26일 아서 필립 총독이 시드니 커브에 깃발을 꽂고 영국의 통치권을 선언하게 되는데 이날은 ‘호주의 날’로 기념되고 있지만 원주민들에게 이날은 ‘침략의 날’로 여겨진다.1788년에 양(sheep)과 다른 가축들, 그리고 물품을 실은 최초의 함대가 호주 남쪽 땅에 식민지에서 필요한 짐을 하역했을 때, 이 신흥국가의 경제가 양모산업 위에 세워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호주의 양 목축업계 초기의 가장 큰 문제는 오랫동안 호주의 야생개로서 잘 알려져 있는 딩고(dingo)였다. 순종 딩고는 키가 60㎝ 정도에 체중이 대략 15㎏인데, 호주 본토의 가장 큰 육식동물이며, 하룻밤에 먹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인 50마리의 양을 물어 죽일 수 있었다. 결국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더 긴, 세계에서 가장 긴(5천321㎞)차단용 울타리가 양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호주 남동부 전체에 건설되었고, 개 울타리 남(안)쪽에서 딩고는 해로운 동물로 선포되어졌다. 딩고 머리가죽 하나 당 미화 380달러까지 현상금이 올라가기도 했는데, 울타리 북쪽에서의 딩고는 합법적인 야생 동물로서 간주되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유럽에서 첫 이주자들이 호주에 도착했을 때에 야생의 딩고들 다수는 진정한 야생이 아니라, 인간 보호자와 함께 살고, 먹고, 사냥을 하였다. 호주 원주민들에게 ‘워리걸(warrigal)’로 불리는 딩고는 가축으로서 매우 중요하였다. 딩고는 잠자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고, 캠프를 깨끗게 했으며, 사냥을 돕고, 경계를 서주었다. 딩고는 원주민들의 암각화에서, 호주 원주민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등장한다. 또한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오리온좌의 두 마리 딩고에게 쫓기는 캥거루의 무리로서 묘사되고 있다.초기 이주자들이 혹심한 호주 기후에 더 잘 적응하는 품종을 얻기 위해 자기들이 데리고 온 목축개와 딩고를 열심히 교배시킨 것을 보면, 딩고는 분명히 개에 속한다. 호주의 목축개인 일명 퀸즈랜드 힐러와 호주 캘피는 딩고와의 잡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호주 들개인 딩고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야생화된 것인가, 아니면 늑대와 같은 야생동물이 길들여진 것인가? 딩고가 아시아의 일부 가축용 개들과 매우 닮았고, 원주민들과 같이 살았으며, 또한 인간을 제외하고는 호주대륙에서 유일한 큰 태반포유류임을 근거로, 딩고의 선조는 집개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러나 이 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학명도 통일되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딩고는 집개의 아종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1982년에, 일부 분류학자들은 딩고를 늑대의 아종으로 분류할 것을 추천했다. 다른 이들은 딩고를 독립 종으로 불렀다.이동훈최근 유전학은 그 논쟁을 종식시킨 것으로 보인다. 유전학에 기초한 연구에 의하면, 딩고는 동남아시아로부터 호주에 들어온 단지 소수의 집개의 후손이 결국 야성화되었다는 믿을만한 증거들이 나타났다. 유전공학적 연구들은 ‘한 마리의 임신한 암컷’이 호주대륙에 건강한 딩고를 퍼뜨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주 본토 자체가 아시아에서 분리되자, 사람들은 보트, 뗏목, 또는 카누로 이동하는 상황이 되었고 딩고는 그 때에 최초 이주자, 또는 이후의 이주자들이 데리고 오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호주 북부지역의 라라키아부족의 전설에 의하면, 카누로 도착하고 있는 그들의 조상들이 개를 동반하고 왔음을 말하고 있다.호주 캥거루에 기생하는 이(lice)가 인도네시아의 개에서도 발견되었는데, 이것을 단서로 사람의 이동과 대륙의 이동, 캥거루의 이동과 멸종에 대한 다양한 탐색까지 진행되는 연구들이 흥미롭다./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

2019-02-19

개는 어떻게 개가 되었는가

‘늑대로부터 가장 좋은 친구로’의 저자인 마크 데르(Mark Derr)는 어떻게 인간이 늑대를 가축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그는 커다란 늑대 집단에서 고립된 소수의 일부 늑대가 인간에 의해서 키워지면서 개-늑대 개체군을 가지게 됐고, 이들은 서로 교배됐으며 그들이 번식할 때 유전적으로 특이한 개체들이 생겨났는데, 특이한 개체들은 개체군의 부분이 됐다고 설명한다.즉 돌연변이가 작은 개체군에서 발생했는데,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번식시키지 않았고, 사람이 그 특이성을 원하면 계속 번식해서 다양성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개의 특이성은 돌연변이에 의해서 처음 나타났고, 돌연변이에 의한 특이한 형태나 모양은 그것을 가진 개들을 서로 교배시킴으로써 하나의 뚜렷한 개 혈통 안으로 모여지게 됐다는 것이다.언뜻 들으면 데르의 이야기가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2009년 바이오에세이(Bioessays)지에 게재됐던 한 획기적인 연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인위적으로 여우가 길들여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았다.여우는 개 종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여우는 코요테와 교배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여우 모피 농장을 이용한 실험은 약 50년동안 진행되었고, 많은 세대에 걸친 자료를 만들어냈다. 연구자들은 공격성이 가장 약한 여우들을 선택했고, 그들을 교배시켰다. 인간에 대한 복종 또는 유순함을 가질 수 있는지, 길들여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최초의 부모 세대로서 100마리의 암컷과 30마리의 수컷을 선택했다. 그리고 가장 온순하고 길들여진 상위 10%의 후손들을 다음 세대의 부모로 선택했고, 동일한 선택과 번식이 수십 세대동안 계속됐다. 이러한 철저한 선택의 결과로, 공격적이고 사람을 두려워 피하는 반응을 보이는 후손들은 실험 개체군으로부터 단지 2~3세대 만에 제거됐다. 단지 3세대면 가능했다. 그리고 단지 6번째 세대에서 여우 새끼들은 사람의 접촉을 열심히 구하고, 꼬리를 흔들며, 개가 하는 것처럼 보채고 낑낑대며 핥아댔다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길들여진 여우는 많은 가축화된 동물들에서 공유된 일련의 습성들을 빠르게 획득했다. 가축화된 동물들이 대부분 가지는 늘어진 귀, 말려진 꼬리, 얼룩이 있는 털가죽, 다양한 털 길이와 질감, 변화된 번식 시기, 현저히 다른 골격 크기와 비율 등을 길들여진 여우가 가지고 있었다.가축화된 여우의 변화를 무작위적으로 발생한 돌연변이의 결과로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연구자들은 결론내린다. 이 연구를 통해 볼때, 개는 단순한 선택적 교배에 의해서, 단지 3세대 만에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개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표현형의 출현은 오랜시간이 필요한 돌연변이의 축적결과라기 보다 단시간에 나타날 수 있는 유전자 조절 변화의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개과동물의 공통조상, 즉 개 종류의 동물은 늑대, 자칼, 코요테, 개 등과 같은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여러 개과동물 ‘종’들로 단기간에 급격히 다양화됐을 것이다.이동훈이들은 상호교잡과 인간에 의한 선택적 번식이 동시에 이뤄졌다. 오늘날 개과동물들이 서로 잡종번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같은 원래의 개 종류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늑대라는 종이 오랜시간 돌연변이의 축적으로 진화해 다른 종인 개가 된 것이 아니라 처음 존재했던 늑대와 개의 공통조상이 사람의 선택 여부에 의해 선택받아 가축화 되면 개로, 그렇지 않았다면 야생의 상태인 개과동물로 다양하게 분화된 것이다.중동지역의 회색늑대는 현재의 소형견들과 유전자정보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다.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 용이했던 작은개들은 사람과 함께 이동한 각 지역의 환경과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각기 특색 있게 다양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개들은 자연선택과 인공선택을 통해 각 지역별로 특색있는,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다./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

2019-02-12

개 출생의 비밀

개 출생의 비밀을 안다는 것은 개의 생명이 만들어진 실체를 안다는 뜻이다. 개의 기원을 이해하게 되면 현재의 개가 어떻다는 것을 사색할 수 있고 앞으로의 개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탐색할 수 있게 된다. 정기본만사리(正基本萬事理), 즉, 기본이 바로서면 만사가 다스려질 수 있는데 개의 기원을 이해하는 것이 개와 관련한 모든 이슈를 다스릴 수 있는 기본이 된다고 본다.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정보를 읽으면서 개의 기원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시도되어 온 문헌이나 발굴자료의 사료는 유전자 정보를 방증하는 보조자료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화석 연대측정이나 지역별 단편 사료들로는 실제 사실로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의 기원연구, 인류의 태반사 연구들도 단편사실의 나열에 그치거나, 민족주의에 기반한 학자들의 일방적 주장과 역사·문화적 왜곡이 은연중에 있기도 하다. 현재의 개와 그 속에 포함된 개를 찾는 일은 실마리만 제대로 찾으면 유전자 정보를 읽어서 개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고 개와 함께한 사람의 기원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회색늑대와 현대의 개들이 공유하는 유전자 정보 분석으로 인해 회색늑대와 개의 광범위한 교잡과 가축화 과정을 통해 현대개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지난 칼럼에 소개했던 것처럼 중동지역의 회색늑대 DNA가 현생 소형개의 DNA와 가장 비슷하다. ‘중동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개와 회색늑대 공통조상이 현대 개로 종 분화되는 과정, 즉 개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인간과 생활을 시작했는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언제부터 가축화되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분분한데 이는 학자들의 다양한 주장과 발견들 때문이다.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역사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9천년 전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암각화를 발견했다. 암각화에는 인간이 줄에 묶인 개와 함께 사냥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는데 9천년 전에도 인간이 개를 길들여 생활했다는 증거다.이스라엘의 남부 도시인 아쉬켈론에서는 기원전 약 500년으로 추정되는 정성스럽게 매장된 1천 구의 개 무덤이 발견되었다. 이 지역은 과거 페니키아에 속해 있었고 페르시아제국의 식민도시였던 땅으로서 페니키아인들은 여러 신의 상징으로서 개를 숭상했기 때문에 개를 극진히 대접했다. 과거 페니키아인들이 살았던 레바논과 이스라엘에서 많은 개 무덤이 발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흉노·돌궐·위구르·몽골 등 막강한 유목국가들과 함께 고구려는 개를 영혼 인도 동물(저승길잡이)로 여겼다. 몽골어로 보카(boka)는 늑대라는 의미인데 고구려를 이은 발해는 보카(boka)의 왕국, 즉 늑대의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늑대와 확연히 구별되는 가장 오래된 개 화석은 현재의 독일 지역에서 발굴됐다. 그러나 시베리아 극동지방에서 고대의 가축화된 개 뼈가 발견됐다는 주장 등이 있어 고고학적 기록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태다. 학자들은 최근 현대 개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분자계통유전학적 연구들을 진행한 바 있는데, 개의 가축화가 시작된 곳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등 여러 지역을 제시해 미스터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개를 길들여왔다는 ‘복수 기원설’이 주장되고 있는 것인데, 2016년 최신 고유전체학 기술을 사용해 아일랜드의 5천년 된 고대 개의 유전체를 효과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통해 학자들은 개들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가축화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유럽에서 가축화된 토착 개 무리가 신석기 시대의 어느 시기에 동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토착화됐다가 유럽으로 유입된 무리들로 대체되었다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5천년 전 개 유골에서 세포핵 DNA를 추출해 현생 개 605종과 비교한 결과인 것이다. 연구팀은 지역에 따라 견종이 분리된다고 봤다. 개가 아시아, 중동, 유럽에서 따로 길들여졌다는 얘기다./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

2019-01-29

케어를 케어하라

동물권단체 케어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지난 11일 뉴스타파는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개들을 안락사 해왔다는 내부고발에 의한 증거들을 취재하고 보도하였는데, 이 보도는 많은 사람들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케어는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를 표방하며, 동물권을 위해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던 단체였기 때문이다.우리사회에 아직 생소한 용어인 동물권(動物權·animal rights)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이다.동물권 운동가들은 동물권이 인권 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권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를 타고났다는 사상, 즉 하늘이 사람에게 내린 것이라는 뜻인 천부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정립될 수 있었다. 천부인권은 오늘날 기본권으로 자리잡았다.이러한 인권에 비견되는 동물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중 앤드루 린지는 동물권을 주장하며 ‘관대함의 윤리’(ethics of generosity)를 이야기 하였다. 린지가 말하는 관대함은 동정심이나 온정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신의 권리’와 ‘신의 정의’라는 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린지에게 동물권은 ‘신적 권리’(theos-rights)이며, 동물권은 동물이 스스로 획득했거나 인간이 동물에게 부여한 어떤 권리가 아니라고 하였다. 린지는 동물권이 단지 인도주의의 확장이나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창조주가 피조물에 대해 가지는 관대함(자비)을 바탕으로 동물권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동물에 대한 서구의 전통적 입장은 고대 그리스 전통과 유대교에서 유래하였다. 20세기 영국의 의학대학에서 촉발된 갈색 개 생체연구에 대한 찬반 논란은 사회적인 큰 갈등이 있었고, 동물권 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동물권 논의가 시작단계에 있다.우리나라에서 케어는 동물권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 왔고, 케어를 믿었던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매우 힘겹게 느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최근 박소연 대표를 사기 및 배임·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케어 박소연 대표는 안락사 사실을 숨긴 것은 가슴깊이 사죄한다고 밝혔고, 더 많은 동물을 구조하려면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며 안락사의 공론화를 주장했다. 무분별한 안락사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여론은 매우 차갑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지난 시간들을 잘 돌아보고, 문제를 개선하여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케어가 감당하지 못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이동훈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동물권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통계자료인 2016년 정부 유실·유기동물관련의 구조 보호현황 자료를 보면 한 해 동안 8만9천732마리의 유실·유기견이 있었고, 2016년 한 해 동안 이와 관련하여 지출된 예산은 전국적으로 114억원이 넘는다. 매우 많은 예산이 쓰여졌지만 한 마리당 한 해에 12만원 정도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대부분의 개와 고양이들이 안락사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버려지는 동물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버리지 않도록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먼저다. 동물등록제가 제도화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등록된 동물은 전체 숫자의 10% 수준인 107만 마리 정도로 파악된다.우리의 조상들은 동물과 관련하여 실생활에서 생명존중 사상을 실천하며 살았다. 까치를 위해 감을 다 따지 않은 ‘까치밥’, 하루 수십 리씩 걸어야 하는 소들을 위해 소장수들이 소에게 신겨준 ‘쇠짚신’, 한 집안에서 더불어 먹고 사는 존재들을 사람이나 짐승을 가리지 않고 모두 생구(生口)라고 불렀던 포용적인 마음.… 창조주가 피조물에 대해 가지는 관대함(자비)을 우리는 가질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다시 생각해보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

2019-01-22

노아의 방주에 한국개가 타고 있었나?

얼마 전 우리나라 동물관련 공무를 담당하고 있는 모 박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라벌대 경주개동경이연구소에서 기르고 있는 경주(慶州)개 원종의 생식세포(정액)를 보존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보존가치가 있는 동물들의 정액과 난자를 얼려서 보관해두어 혹시나 모를 멸종위기에 대비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생식세포를 보관하고 새로운 자손을 만들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을 찾는 연구. 그는 이런 연구가 비유하자면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서라벌대 교내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주개와 그 자손들 2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경주개들은 진돗개처럼 보이지만 꼬리가 없거나 매우 짧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도자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고려시대 도자기와 조선시대 도자기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꼬리만 감추면 경주개와 진돗개를 일반인들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삽살개도 프랑스가 원산지인 브리아드와 함께 보면 구분할 수 있는 일반인이 많지 않을 것이다.이처럼 원산지와 종이 다르지만 구분하기 어려운 비슷한 모양의 개들이 있는 반면 세계 반려동물 개 품종들은 극단적으로 다양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지난 칼럼에 소개한 티베탄마스티프는 몸무게가 100㎏, 티컵푸들은 2㎏이다. 지구상 동물들 중에 몸무게가 50배나 차이나는 동물은 개밖에 없다. 또한 개들은 각기 다른 신체 크기와 비율, 털 모양과 길이, 털 색깔, 피부, 꼬리모양, 행동의 개성 등에서 매우 다양함을 가지고 있다.과학자들은 개들의 크기와 몸무게의 큰 다양성에 주목하여 성장인자 유전자1(insulin-like growth factor1 gene, IGF1)로부터 유전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개과 동물인 늑대, 여우, 코요테들과 함께 크고 작은 다양한 개들의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소형견들에 있는 IGF1 변이체는 대형견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며, 늑대, 여우, 코요테에서는 더 드물게 발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IGF1 유전자의 형성은 개(dog)의 골격 크기와 관련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예기치 않았던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놀랍게도 중동지역의 회색 늑대(gray wolves)는 소형견에서 발견되는 것과 매우 유사한 IGF1의 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전 세계의 소형견들의 ‘공통 조상(common ancestor)’이 아마도 중동지역에서 살았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개와 늑대의 공통조상인 개 종류로부터 개과동물의 종들로 종분화(speciation)되었다고 보는 학자들은 노아의 방주에 늑대와 개의 공통조상이 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형견의 공통조상은 중동의 어느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과 함께 이동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지금의 품종들이 만들어졌다는 학설은 이런 내용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다.이동훈한국개들이 중동지역에서 처음 왔는지, 중국에서 왔는지, 한반도에 있던 늑대로부터 시작된 것이 처음인지 앞으로 더 살펴보겠지만 적어도 노아의 방주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한국개들과 외국의 품종개들은 타고 있지 않았다. 아마 회색늑대와 개의 공통 조상이 타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한국개들을 포함한 품종개들은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서 수많은 종류가 생겨난 것이다. 현대의 품종개들이 인간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선천적 또는 후천적 결함과 심각한 질병을 가지게 되었다. 품종화의 의미는 다른 말로 특정한 돌연변이가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2018년 무술년 개의 해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에 서라벌대가 보유한 경주개들을 태웠다. 1910년 경술국치의 치욕과 함께 일제의 공권력에 무참히 도살당하여 멸종위기를 겪은 한국개들이 2030년 경술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게 될까?/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

2019-01-15

개 나무 마을에 다시 돌아온 오수개

국제애견협회 켄넬클럽(Kennel Club)에서 ‘지구상 가장 비싼 개’로 티베탄마스티프가 선정된 적이 있다. 그 당시 티베탄마스티프 한 마리 가격이 28억원이었다.티베탄마스티프의 고향인 티베트를 중국에서 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라 부르는데, 약칭하여 ‘짱(藏)’이라고도 부르기 때문에 티베탄마스티프는 티베트를 뜻하는 ‘짱(藏)’에, 큰 개를 뜻하는 오(獒)를 합하여 짱오(藏獒), 짱아오라 불린다.중국에서 짱아오라 부르는 이 개를 티베트에서는 도키(Do-khyi)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집을 지키기 위해 묶어두는 개’라는 뜻이다. 도키는 ‘썬거’(사자)라고도 하는데 체고가 80cm, 몸무게는 100kg이다. 승냥이나 늑대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이긴다고 알려져 있으며, 티베트 설산의 영하 20~30도의 추위 속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한다.징기스칸은 무려 3만 마리의 티베탄마스티프 군단을 거느리고 서정(西征)을 했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티베탄마스티프가 멸종위기를 겪은 이유는 중국이 티벳을 합병했을 때, 중국 군대가 티베탄마스티프 주인들에게 그들의 개를 모두 몰살하도록 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제는 중국에서 이 개를 국가 보호동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우리나라 전라북도 임실군의 오수라는 곳은 티베탄마스티프를 시조견으로 하여 오수개를 만들었다고 알려져있다.오수라는 지명 자체가 ‘보한집’에서 실린 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고려시대 최자가 지은 ‘보한집’에 실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개인은 거령현(현 임실군 지사면 영천리) 사람이다. 개 한 마리를 길렀는데 매우 귀여워했다. 어느날 외출할 때 개도 따라 나섰다. 개인이 술에 취해 길가에 잠들었고, 마침 들불이 번졌다. 개는 가까운 곳의 냇물에서 몸을 적셔 와 주위의 들풀에 비벼 불길을 막고 기운이 다해 죽었다. 개인이 깨어나 감동해 노래를 짓고 무덤을 만들어 장사지낸 뒤에 지팡이를 꽂아 표시했다. 이 지팡이가 자라나 이곳을 오수(獒樹)-큰개 오(獒), 나무 수(樹)-라고 불렀다.”지금 전북 임실군 오수리에는 오수의견비로 전해지는 비석이 있고, 비석에 오수개 문양이 남아있다. 복원한 오수개의 동상과 오수의견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세계 의견이야기를 주제로 한 공원과 오수개의 주인인 김개인의 생가까지 복원해둔 상태다. 최근에는 애견캠핑장, 경견장 시설이 들어섰고, 개들 전용 공간이 추가로 생겨났다.2018년에는 공공 동물장묘시설 허가도 받았다. 이러한 추진을 위해 임실군은 전북도의 특별 관광 정책과 동일선상에 있는 전국적 ‘반려동물 테마공원’ 조성을 위해 주민과의 소통을 통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오수 의견’ 설화를 바탕으로 한 지역 특유의 역사적 스토리를 적극 활용해 반려동물 산업 거점지역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반려동물 사업을 선점, ‘전국 제1의 반려동물 친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이동훈임실군은 동물 보호 센터 유치와 함께 반려동물 거점지역 육성을 위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임실군이 구상 중인 ‘반려동물 거점지역’ 육성은 테마공원과 캠핑장, 교육보호센터, 장묘시설 등을 통해 관광객을 유입시켜 임실(오수)을 명실상부한 반려동물의 메카로 만들고, 이후 농공(산업)단지를 활용한 부가산업(사료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끈다는 계획이다.경상북도는 전라북도가 개와 관련해 최근 추진 중인 일들과 과정을 잘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개는 유사 이래 사람과 가장 가까이서 함께 생활해 온 친구이며 많은 이야기를 함께 해온 동물이기 때문에 세계의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개 이야기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타당하다. 문화관광을 위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의 중요한 소재로 개가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이동훈씨는 경북대 유전공학과와 동 대학원 생명공학과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라벌대학교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9-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