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무 산

누가 이런 길 내었나

가던 길 끊겼네

무슨 사태 일었나 가파른

벼랑에 목이 잘린 길 하나 걸렸네

옛길 버리고 왔건만

새 길 끊겼네

(….)

아, 나 이제 경계에 서려네

칼날 같은 경계에 서려네

나아가지 못하나 머물지도 못하는 곳

아스라히 허공에 손을 뻗네

나 이제 모든 경계에 서네

모든 경계는 아슬아슬하고 어떤 예감으로 긴장돼 있고 때로는 위험이 수반되는 불안정한 부분이 아닐까. 그런데 시인은 그런 경계에 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소극적이고, 외면하고 물러섰던 지난 시간을 한탄하며 비록 외롭고 힘들고 고난이 따르는 길이지만 더욱 치열하게 부조리하고 부조화한 현실, 공정과 정의가 무너진 현실에 맞서겠다는 칼날 같은 대응의지를 펴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