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총장임기 만료를 4개월 남겨두고 사표를 던진 윤석열 검찰총장 얘기다.

집권여당의 검찰개혁을 빙자한 검찰장악 노력에 제동을 걸었던 윤 총장이 마침내 정치를 시작할 결심이 선 모양이다. 집권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움직임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 직후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행보를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4일 오전 대검찰청사앞 현관에서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해 정치행보에 본격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전날 보수세력의 본산인 대구를 찾은 윤 총장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사회적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 뒤 중수청법을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법)이라는 4자성어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후퇴하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윤 총장의 전격 사퇴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있다. 그동안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윤 총장이 돌연 대구고검을 방문해 중수청 설립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국민’과 ‘헌법’을 명분으로 권력에 대항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사퇴카드를 던졌으니 대선경선 구도에 파란이 예상된다. 윤 총장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에서 15.5%의 지지율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3.6%)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정계 진출의 뜻을 굳힌 만큼 추후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관심사는 윤 총장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야권의 대권후보군에 합류할 것이냐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로는 4·7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실상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권실세의 비리를 폭로하는 등의 활약으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진영에 합류하는 방안이다. 부산표심을 겨냥해 내놓은 가덕도 특별법은 성추문으로 물러난 전임 오거돈 시장 집안이 가덕도 땅을 사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별무효과가 됐고, 서울시장 선거도 신도시 개발정보를 빼돌린 LH직원들의 땅투기 정황이 밝혀지면서 야권에 유리한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판이 왠지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급박하게 돌아간다. 대권후보 부재로 곤궁한 처지였던 야권 입장에서 윤석열의 결심은 반가운 흥행호재가 됐다.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에게도 이제 대선향방이 흥미진진해졌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