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고교, 교사 수급·교육과정 다양성 확보 어려움 불보듯
학부모들 “사교육비 얼마나 더 들어갈지 예상 못해” 고충 토로

올해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오는 2025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가운데, 학부모와 교육계에서는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대입제도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없고, 지역과 소득에 따라서 교육격차가 심화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이 발표됐다. 고교학점제란 대학처럼 학생들이 교과를 선택하고 강의실을 다니며 수업을 듣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고교학점제는 2020년 마이스터고에 처음 도입됐고, 2022년부터 특성화고와 일반고에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학생들은 학기당 최소 28학점 이상을 수강하고, 3년간 총 192학점을 취득해야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 1학점은 50분짜리 수업 16회로, 3년간 총 2천560시간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현행(2천890시간)보다 절대적인 학습량은 줄이되 깊이 있는 학습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 이중 주목되는 부분은 대입과 직결되는 내신 성적 찬출 방식이다. 공통과목을 이수하는 고1 학생은 기존과 같은 상대평가 방식이 유지된다. 그러나 2∼3학년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는 상대적 서열화를 벗어나 학교의 수평적 다양화와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위해 추진된다”며 “교육의 초점이 경쟁에서 포용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대입제도 변경 예고에 학부모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육격차 양극화에 대한 고민도 컸다. 농·어촌 지역 고교의 경우 도시지역과 달리 교사 수급 및 교육과정의 다양성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이모(39·포항시 북구)씨는 “서울 등 수도권지역과 비교하면 지방에는 아무래도 양질의 입시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아이들이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대학에 맞는 커리큘럼을 짜주는 입시 전문가와 학원들이 생겨날 텐데, 지금과 비교하면 사교육비용이 얼마나 더 들어가게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교원단체는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우선 학점제의 선택권이 넓어지려면 과목의 수가 많아져야 하는데, 그럼 한 과목만 가르치던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3∼4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등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4∼7일 전국 고교 교원 2천399명에게 실시한 고교학점제 인식 설문조사 결과, ‘고교학점제를 위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어려움’(2개 선택)에 대해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한 충분한 교사 수급 불가’(67.2%)를 가장 큰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이어 ‘과도한 다과목 지도 교사 발생’ (47.6%), ‘학생 수요 변화에 따른 예측 어려움’ (36.5%) 등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제도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과 학사운영, 교원조직, 공간,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변화와 준비가 이뤄졌을 때에만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 과목 수요를 조사하고 광역 단위나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교원을 배정하는 지원행정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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