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은 임기 종료를 앞둔 지도자의 권력공백 상태를 일컫는 용어다. 본래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제용어였으나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가리키는 정치용어로 바뀌었다.

레임(lame)은 절름발이라는 뜻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권력자의 통치력 저하를 기우뚱거리는 오리걸음에 비유한 표현이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을 시작으로 정치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시비가 불붙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한 당·정·청의 이견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관련부처의 반기 등이 레임덕의 실체라는 주장을 한다.

특히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검찰개혁과 관련 “대통령의 한 말씀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은 레임덕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면 국가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공무원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국정 수행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미국선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떨어져 생기는 공백을 줄이기 위해 재직기간을 단축하는 법까지 제정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임기말이면 알게 모르게 레임덕을 겪는다. 차기 권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며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다. 최근 불거진 당·정·청 불협화음을 집권 여당의 세력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이유다.

“대통령이 no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등 레임덕을 지적하는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난무하는 것에 대해 여당에선 “지지율 40%를 내세워 레임덕은 없다”고 대응한다. 그러나 레임덕을 논란으로 삼은 것만으로 이미 레임덕은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레임덕은 밤사이 내린 눈처럼 소리 없이 찾아오는 법이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