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안철수가 또다시 서울 시장선거에 도전했다. 그는 2011년 서울 시장 보선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유력한 대선 후보였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막판 양보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안철수는 결정적인 시기에 후보직을 왜 사퇴할까.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그는 제3당의 후보로 끝까지 완주했지만 3위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총선에서는 그의 국민의당은 정의당에도 밀리는 군소 정당으로 전락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제일 먼저 서울 시장선거 입후보를 선언했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어느 선거에서나 조직, 인물, 구도가 선거의 승패를 결정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그는 야권 어느 후보보다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그에게는 어려운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우선 그는 선거의 지지기반인 정당의 뒷받침이 너무 약하다. 그는 대선 실패 후 해외에 너무 오래 체류하면서 당 조직을 관리하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그의 국민의당은 지역후보를 공천치 못하고 비례 대표 3석을 건졌을 뿐이다. 총선 시기 그는 선거 전술로 장거리 마라톤에 몰두하였다. 정당의 뒷받침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의 승리는 보장할 수 없다.

선거의 주요 변수인 인물과 정책 면에서 안철수는 이제 참신성이 보이지 않는다. 의사 출신의 성공한 벤처기업인, 컴퓨터 백신의 전문가, 대학교수, 당 대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경력이 없다. 과거 한 때 극한적 여야 대결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안철수의 제3의 생활 정치를 선호한 적이 있다. 그런 그는 결정적인 순간 후보직을 사퇴하였다. 안철수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러 공약을 발표했지만 참신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과거의 ‘안철수 신드롬’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그는 ‘철새 정치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선거의 구도는 선거 승리의 주요 변수이다. 안철수는 제1야당 국민의힘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고 김종인 위원장은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선거 두 달을 앞둔 시점이지만 그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금태섭 전 의원과 후보 단일화 문제는 유권자의 관심 밖이다.

그는 제1야당 후보 나경원이나 오세훈과 최종 경선을 거쳐야 한다. 설령 그가 최종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더라도 국민의힘이 그를 적극적으로 밀지도 의문이다. 야권 단일화의 전제인 그의 입당문제와 정책연합이나 지방연립정부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안철수는 결국 조직, 인물과 정책, 선거의 구도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보이지 않는다. 최종 결선에서 안철수와 박영선이 만나는 가상 대결구도에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박영선이 앞선다는 조사도 있다. 3자 대결 구도가 된다면 그의 승리는 물 건너가 버린다. 어느 보결선거에서나 투표율이 낮은데 이도 그에게 유리하지 않다. 코로나 장기화와 집권 여당의 선거 이슈 선점과 결속력도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희석시키는 형국이다. 정책 토론에서 실수를 자주하는 안철수가 이번에는 어떤 선거 전략을 펼칠 지 주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