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등 소비 막힌 비용
대체·보복소비로 분출시켜
안마의자·LED TV·냉장고 등
프리미엄 가전 판매 폭발적 증가
수입차 시장도 역대급 호황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더 팔려
‘과소비로 이어질라’ 우려 목소리

#사례1 : 12월 초 결혼식을 올린 대구시민 이수혁(32)·정민영(29)씨 부부는 최근 300만원이 넘는 안마의자를 구입했다. 처음 신혼집을 꾸밀 때는 계획에 없던 가전이지만, 유럽 신혼여행을 취소한 비용으로 안마의자와 식기세척기를 추가했다. 정 씨는 “신랑이 하루종일 서 있는 직업이라서 안마의자가 필요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입을 미뤘었다”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시국이 끝나지 않아 신혼여행이 취소되면서, 그 돈으로 필요했던 가전을 몇 가지 추가로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례2 : 포항시민 김석현(35·남구 이동)씨는 최근 200만원대의 고사양 컴퓨터를 주문했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수년째 구입을 미뤘는데, 코로나19 2차 확산 후 강제 ‘집 콕’생활이 이어지면서 큰마음먹고 카드를 긁었다. 그동안 두 눈 부릅뜨고 만류하던 그의 부인도 이번에는 흔쾌히 허락했다. 김씨는 “대외활동을 안 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컴퓨터를 사는 것이라고 부인을 설득했다. 친구와 동료 4명이 온라인게임으로 친목을 다지려고 공동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하지 못하는 해외여행 등의 비용을 다른 곳에 소모하는 ‘대체 소비’와 억눌린 소비 심리가 분출되는 ‘보복 소비’가 주변에서 빈번하다. 심리학자들은 코로나블루(우울증)과 코로나블랙(분노증)을 해소하는 창구로 ‘플렉스(flex)’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을 통해 명품이나 프리미엄 제품 등을 자랑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의미다. 다만, 연말을 맞아 보복 소비가 심해지고 있어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전자랜드가 올해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프리미엄 가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0만원을 호가하는 안마의자 60%, 340만원 이상 발광다이오드(LED) TV 63%, 300만원 이상 양문형 냉장고가 49% 더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140만원 이상 식기세척기도 올해 7월에서 12월 13일까지의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14%나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후 집에서 식사하는 가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도 올해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야외활동이 급격히 줄었음에도 이동수단인 차량이 불티나게 팔리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말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는 24만3천44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3% 늘었다.

벤츠와 BWM, 렉서스,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쉐보레, 미니 등 7곳이 올해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한국수입차협회 집계에 포함되진 않지만 테슬라도 1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수입차 시장은 역대 최다 판매량인 26만705대(2018년)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2만2천여 대에 이르기에 무난히 최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리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분출돼 보복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한 교수는 “올해 12월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하지 못한 해외여행 등의 비용을 소모하는 ‘대체 소비’와 연말을 맞아 억눌렸던 구매심리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 소비’ 현상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위로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해소된다면 정신적으로는 좋을 수 있으나, 자칫 자신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과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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