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항시 제과제빵 최고장인 어니스크 빵집 대표 한민희
‘2020년 포항시 최고장인’ 선정
10여 종 발효종 빵 개발
제과제빵 분야 미래기술 개발
후배 이끌 조언자 역할 맡게 돼

한민희 포항시 제과제빵 최고장인 어니스크 빵집 대표
포항에서 ‘제과제빵 최고장인’이 탄생했다.

포항시는 최근 장인정신이 투철하고 제과제빵 분야의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는 한민희(43) 어니스크 빵집 대표를 ‘2020년 포항시 최고장인’으로 선정했다. 2회째를 맞이한 올해 포항시 최고장인은 심사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각 분야 9명이 최종 선정됐다. 한 대표는 제과제빵 분야 최고 수준의 기술인으로서 산업현장에 장기간 종사하며 기술발전에 크게 공헌한 공을 인정받았다. 첫 영예를 안은 한 대표는 제과제빵 분야의 미래 기술 개발을 이끌고 후배들에게 그 역량을 전수하는 조언자 역할을 맡게 됐다. 천연발효종빵 전문 베이커리로는 전국 최고일 거라고 자부하는 한 대표는 그동안 10여 종의 발효종 빵을 개발했다. 지금도 매일 달라지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레시피를 조정해 가며 발효빵 만들기에 열중하는 장인이다.

그를 28일 그의 빵집에서 만났다.

-빵 만드는 게 이렇게 업(業)이 될 줄 알았나.

△전혀 몰랐다. 하지만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인간적인 일(직장)을 구하고 싶었고 그래서 기술을 배우길 원하긴 했다.

-군 제대 후 우연히 호텔 베이커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빵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하던데.

△군 전역 후 우연히 길에서 만난 동네 형이 호텔 베이커리 일을 권했다. 그 때 오븐에서 크루와상이 구워지는 것을 보며 ‘이거구나’하며 진로를 결정했다.

-빵 만드는 공정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나.

△동네 형이 호텔 제과장이었다. 그래서 관련 학교나 학원 경험은 물론 자격증도 없이 바로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나 다른 타 주방에서도 자격증 하나 없는 놈이 빵 만든다고 무시하고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고의 제과점에서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결심한 후 가방 하나 둘러매고 혈혈단신으로 서울 유명 제과점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제빵기술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제과제빵을 배우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건가.

△제빵은 다른 요리와 달리 살아 있는 효모로 음식을 만드는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레시피와 각 반죽들마다의 온도, 그리고 적절한 글루텐까지. 반죽부터, 오븐에서 구워져 나올 때까지 하나라도 잘못되면 완벽한 빵을 만들 수 없기에 매번 어렵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늘 배우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해진 레시피가 있는 게 아닌가.

△일을 배울 때는 조금이라도 배합이 틀리면 반죽의 상태가 변하므로 정확한 방법대로 일을 배웠고 지금은 기 기본을 베이스로 우리 포항의 시민들이 좋아할 수 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우리 지역 특산품과 특수한 재료를 찾아 빵을 개발하고 있다.

-언제부터 빵을 직접 만들었나.

△어니스크를 오픈한 지 7년이 지났다. 아침 7시면 직원들과 함께 출근해서 같이 퇴근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오래도록 빵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뿌린 만큼 거두며 노력한 만큼 이루어진다는 게 신조라고 했는데, 설명이 듣고 싶다.

△기능장이란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그 분야에 최고가 되는 것인데 삶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내가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 같다. 얼마만큼 연습하느냐가 실력으로 나타났고 나만의 노하우가 많을수록 후배들에게도 인정받다 보니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고 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큰 것을 바라지 않고 내가 한 만큼만 얻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일하면서 제과제빵 공부를 병행하느라 시간 관리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면서 대외 활동도 하고 제품 개발 및 판매 관리까지,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시간이 늘 부족하다. 그래도 지금은 와이프가 도와줘 훨씬 낫지만, 시간을 쪼개어 쓰는 게 일상이 되었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빵이 천연발효종 빵이라고 했는데.

△처음에 천연발효빵을 접할 때는 빵의 상태를 잘 모르다 보니 공정대로 배웠는데 경력이 쌓이면서 빵의 필수 재료인 이스트를 넣지 않고도 자연에서 얻은 효모로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다. 프랑스 연수 당시 좀 더 디테일하게 배워 지식이 넓어진 것 같다. 매장에서도 인기 메뉴이다.

-앞으로의 바람이나 꿈이 있다면.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고, 일은 서울에서 배웠으나 장사는 포항에서 하고 있다. 지금은 포항시민으로서 포항의 특산품을 이용하여 포항의 대표 빵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준비 중이다. 그리고 나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빵집, 포항시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만드는 게 앞으로의 바람이고 목표다. 지금처럼만 잘해 나간다면 10년 안에 이루어지리라 호언장담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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