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업무배제 효력상실 결정 이후 양측의 수 싸움이 숨 막히게 전개되고 있다. 윤 총장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재가했다. 청와대는 후임 법무부 차관을 즉각 임명해 윤 총장 징계위를 강행토록 했다. 나라를 뒤흔든 모든 사태의 뒤에 청와대가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추 장관이 쫓기듯이 어설픈 감찰, 말도 안 되는 직무배제 조치 등 무리수를 둔 배경에 대한 의혹의 퍼즐이 비로소 맞춰지고 있다.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의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들에 관한 수사 진행에 몸이 단 청와대가 그걸 막아서려고 마구 움직인 일이 혼란의 원인으로 유추된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 전날 정부세종청사 사무실에 들어가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지운 사건은 엄청난 국기문란 범죄다. 이 불법행위를 놓고 권부의 개입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감사원이 적발한 이상 검찰수사는 당연한 절차다. 수사를 방기한다면 그게 오히려 직무유기에 속한다.

궁지에 몰린 여당은 공수처법의 핵심 입법 취지를 모조리 까뭉개고 야당의 비토권을 거세한 개정안을 조만간 단독 처리할 기세다. 그런 다음 자기편만으로 구성된 공수처로 하여금 집권세력 관련 사건을 모두 검찰로부터 빼앗아가 쓰레기통에 쑤셔 넣을 것이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의 여지를 소각시킬 것이다. 나아가 어쩌면 정권에 맞서는 반대세력을 온갖 별건 수사와 모함으로 핍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정말 그렇게 호락호락, 그런 불순한 저의를 용납할까. 사태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국민은 정녕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일까. 법무부의 윤석열 징계위원회 결과를 주목한다. 사탕 한 알 탐한 죄라도 찾아내면 임기가 남은 윤 총장을 톱질해낼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끝날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모진 뒷감당을 어쩌려고 이러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어제오늘 사이에 발표된 여론조사 지표는 윤석열 대권 주자 선호도 1위,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폭락을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