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맘때에는
그맘때에는
  • 등록일 2020.10.25 20:01
  • 게재일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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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태 준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 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 보았다

빈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보았다

무른 나는 금강(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하늘에서 잠자리가 사라지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존재는 때가 되면 존재를 지운다. 이 시에서 나와 잠자리는 동일시 돼 있음을 본다. 잠자리의 행방이 묘연한 것처럼 나도 언젠가 바람처럼 사라져 어디론가 지워져 갈 것을 말하며 불교의 ‘금강’이나 ‘비석’처럼 경고하고 강인한 존재에 대비시켜 ‘무른 나’라고 말하며 인간의 나약함과 유한하고 순간적인 존재임을 깨닫고 있음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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