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명, 접종 후 사망 ‘비상’
상온노출 사고 이어 불신 ‘증폭’
시민들 불안 “맞아도 되는 건가”
당국 “원인규명 위해 부검 조사
예방 접종 중단할 상황은 아냐”
대구 사망 70대는 질식사 확인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감염병 고통에다 독감 백신 공포가 나라 전체를 휩쓸고 있다. 백산 상온 노출사고에 이어 예방접종 후 사망사례까지 나오자 보건복지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다.

대구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최근 일주일새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인천, 전북 고창, 대전, 제주에 이어 대구에서까지 발생하며 독감 백신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된 이후 백신을 접종하고서 며칠 이내에 사망한 사람은 총 9명으로, 현재 보건당국이 조사 중인 사례는 7건이다. 전날까지 3명이 보고됐으나, 이날 제주와 대구, 경기 등에서 사망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망자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대구에서 나온 사망자는 동구에 거주하던 78세 남성으로, 지난 20일 정오께 동네 의원에서 무료로 백신을 접종받았다. 1시간 반쯤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 오후 1시 30분께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접종 12시간만인 다음날 0시 5분께 숨졌다.

대구시는 이날 경찰, 의료진과 합동으로 검시한 결과 사망 원인이 질식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숨진 남성의 기저질환으로는 파킨슨병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부정맥 심방세동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은 질병관리청이 어르신 대상 무료접종을 위해 공급한 제품이다. 유통경로에서 상온 노출이 의심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백신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1일 하루에만 사망자 5명이 나오자, 이날 포항시 남·북구보건소와 지역 병원 등에는 백신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려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접종을 앞둔 이들 중에는 하지 않겠단 얘기도 나온다. 최근 포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오고 있어 시민들은 그야말로 공황 상태다. 포항시민 임모(35·남구 연일읍)씨는 “독감 걸릴까 봐 백신 맞았다가 사망이라니, 영화나 소설 속 얘기인가 싶어 믿기지 않는다”며 “올해는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 유행한다고 해 예방접종을 반드시 받으려고 했더니 지금으로 봐선 코로나로 죽을지, 독감주사로 죽을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코미디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보건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올해 2020∼2021년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되고, 지난 14일 백신접종 후 사망하는 첫 사례가 발생한 데 이어 21일까지 전국에서 사망 사례가 9건이나 보고되자 정부는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오후 독감 백신 관련 긴급 브리핑을 갖고 “현재까지 사망 사례가 총 9건 보고돼 그중 8건에 대해 역학조사와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이어 “같은 날짜에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 백신의 제조번호로 접종받은 접종자에 대해 이상 반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중”이며 “현재까지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지금까지 특정 백신에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예방 접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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