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가 피면서…’

창비 펴냄·안도현 지음
시집·9천원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안도현 시 ‘그릇’ 중

‘시인 안도현’이 돌아왔다. 안도현<사진> 시인이 신작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창비)를 펴냈다. “절필이라는 긴 침묵 시위”(도종환)를 끝내고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지 4년, 시집으로는 ‘북향’(2012)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열한번째 시집이다.

4년간의 절필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었음에도 시심(詩心)의 붓이 무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 세상을 늘 새롭게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과 그동안 겪어온 “인생살이의 깊이와 넓이”(염무웅, 추천사)가 오롯이 담긴 정결한 시편들이 가슴을 깊이 울린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시인 안도현’을 만나 ‘안도현 시’를 읽는 반가움과 즐거움이 크다.

그의 시집을 기다려온 독자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귀한 시집인 만큼 두께는 얇아도 내용은 아주 묵직하다. 그는 이번 시집을 화초, 식물, 어머니, 고모 등 일상의 정겨운 것들을 소재로 쓴 서정시로 채웠다. 40년 만에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돌아가 터전을 잡은 영향일지도 모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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