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도심 장기주차로 민원 속출
차고지 증명토록 법 개정됐지만
올 2월 이전에 등록된 차량은
법 소급적용 안돼 단속 골머리

지난 10일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카라반과 캠핑용 트레일러와 레저보트 등이 주차장 일부를 점령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포항 도심 곳곳에 조성된 공영주차장들이 캠핑카의 장기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얌체 캠핑카 소유주들이 공영주차장을 개인 주차장처럼 사용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캠핑카의 알박기 주차는 공용주차장 조성 취지에 맞지 않고, 그로 인한 불편도 늘어나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에는 카라반 1대, 캠핑용 트레일러와 레저보트 5대가 12면의 주차구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부 사람들이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차량 이동을 부탁하려고 했지만, 전화번호가 붙어 있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끝내 운전자들은 주차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같은 날 오후 남구 송도동에 있는 숲 속 도서관 인근의 공영주차장은 3대의 캠핑카가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캠핑카는 장시간 방치된 것처럼 고정 장치가 녹이 슬어 있었다. 한 차량은 보트와 연결돼 있어, 주차구역을 3면이나 차지했다.

포항시민 정모(47)씨는 “주민 입장에서 캠핑카는 도심 미관을 훼손하는 도로에 박힌 고철 덩어리라는 생각만 든다”며 “방치 캠핑카 문제로 작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구청에서 단속을 나온 건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13일 포항시에 따르면 최근 캠핑문화가 확산하면서, 무료주차장 장기주차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께 차고지 없이 캠핑카를 구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차량 등록 시 차고지를 증명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일 이후부터 캠핑카를 구매한 자는 지정된 차고지에만 주차할 수 있고, 이외에 다른 곳에 주차하면 모두 불법이다.

차고지 대상지역은 토지대장상에 지목 구분이 대지 또는 잡종지이거나, 2·3종 주거지역, 자연녹지지역, 공장지역이 가능하다. 단, 대지나 잡종지 중에서도 1종 일반주거지역과 전, 답은 차고지가 될 수 없다.

또한, 아파트 내의 주차장도 차고지로 등록할 수 있다. 문제는 각 아파트 단지마다 캠핑차량의 주차료 납부 여부 등 관리 규범이 다르다는 것이다.

캠핑카는 일반 차량과 비교하면 훨씬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2개 이상의 주차면을 차지하고, 이를 지켜보는 이웃 주민들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에 캠핑카 차주들은 주민과의 마찰이 적은 무료 공영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자체는 캠핑카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께 이전에 등록된 캠핑카 차량은 법의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속원들은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수많은 캠핑카의 등록일을 하나하나 확인한 뒤, 관련법 적용 대상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캠핑카 장기 주차와 관련해 민원이 계속 발생하는 공영 주차장에는 높이 제한틀을 설치해 시민들의 불편을 해결할 예정이다”며 “법 개정 전에 등록된 캠핑카에 대해서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캠핑카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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