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은 전통과 지금의 삶을 잇는 작업”
“바느질은 전통과 지금의 삶을 잇는 작업”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20.08.30 20:03
  • 게재일 2020.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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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통침선공예가 추은월
울진군 이현세 만화거리내
소예침선공예전시관서
손바느질 작품 500여점 전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통 복식 침선 주제
우리 것 아름다움 느꼈으면”

추은월 전통침선공예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손바느질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달려가는 요즈음 바늘로 한 땀 한 땀 시간을 꿰매는 이가 있다. 전통침선공예가 추은월 선생 얘기다.

조급함을 경계하며 느릿느릿 수행하듯 완성한 손바느질 작품 500여 점을 울진군 매화면 이현세 만화거리 내 매화면 역사관, 소예침선공예전시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추 작가를 만났다.



-침선이란 무엇인가.

△침선(針線)은 바늘과 실을 아우르는 말로 천을 가지고 무언가를 짓거나 꿰매는 바느질을 의미한다. 넓게는 바느질로 만드는 모든 의복과 소품까지를 뜻하기도 한다.

조선조 후기의 고서인 ‘조침문(弔針文)’에서는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 겹질을 꿰었으니 봉미르르 두르는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가 상응하고 솔솔이 붙여 내미니 조화가 무궁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렇듯 침선은 일상생활과 함께 하는 것으로 인간의 미의식을 실용화시켜 왔다.

-울진 이현세 만화거리 내 소예전통침선공예전시관에서 상설전시를 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침선’은 옛날 한국인 의생활의 전반이었으나 서양 복식이 생활화한 현대에 와서는 ‘전통문화’로 분류된다.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전통복식 침선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가 더욱 의미를 더한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환경 속에서 새로운 문화창조와 더불어 인간의 의식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산업화에 따라 물질적인 면을 더욱 중시하게 되면서 현대인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인간적 체취이다. 또 고유한 전통미와의 교류를 통한 새로운 문화의 창조에 대한 갈증도 있다.

-침선공예에 있어 바늘과 실은 빼놓을 수 없는 재료 아닌가.

△바늘은 규중칠우(閨中七友)로 일컬어지는 7가지 바느질 도구 중에서도 가장 귀중하게 취급됐던 애중품이었다. 실은 예로부터 장수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장수를 비는 음력 정월 첫 토끼날 청색으로 물들인 명주실을 팔에 감거나 옷고름에 매달아 문 돌쩌귀에 걸어두기도 했다. 재앙을 물리치고 수명을 늘려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제34회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 침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는데.

△그렇다. 당시 보자기 작품을 선보여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보자기 수예는 모란, 국화, 매화, 수목, 조류, 충류 등의 문양을 수보에 나타내어 전통자수의 기법을 그대로 고수한다. 사실적 묘사와 함께 도안을 추상화시켜 색실로 반복해서 면을 메움으로서 특유한 멋을 풍긴다. 주머니, 수저집, 향집, 버선본집, 안경집, 자집, 열쇠패 등에 나타내는 문양의 종류는 추상적인 꽃가지와 꽃송이의 표현, 꽃무늬와 함께 등장하는 새와 나비 그리고 장수를 의미하는 십장생문 등이다. 이러한 무늬들은 소박한 자연주의적 성격을 보인다. 수(壽), 복(福). 부(富), 귀(龜), 강(康), 녕(寧). 희(囍) 등의 길상어문(吉祥語紋)과 수복강녕(壽福康寧), 다남(多男), 부귀다남(富貴多男) 등의 연속된 문자도 있다.

-자신의 작업 경향을 소개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생활의 지혜와 예술성을 보여주신 우리 옛 여인들을 그리워하며 그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 아름다운 전통을 바탕으로, 지금의 시대와 삶을 잇기 위해 꿰매어 온 바느질이다.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이현세 만화거리, 매화역사관과 전시장을 찾아오시는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작품을 선보이나.

△이번 전시에서는 옛 여인들의 인내와 절약 정신을 고스란히 예술로 승화한 조각보 바느질과 예로부터 내려오는 예단함과 패물함을 전통의 방식으로 구현했다. 그 외 여러 규방 공예를 선보인다. 휴식을 의미하는 베개, 모든 것을 감싼다는 의미의 보자기, 주머니, 수저집, 매집, 향집, 버선본집, 안경집, 자집, 열쇠패 등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규방 공예 작품으로 어렵게 여겨지는 우리 문화를 친숙하고 정감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구한 작품들이다.

-침선공예 체험장도 운영되고 있는데.

△장인들에 의지해 명맥을 잇고 있는 침선 문화의 다음 세대와의 단절을 막고, ‘손기술’의 가치를 대중들과 공유하는 한편 그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침선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기획됐다. 평소 전통공예에 관심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무료 참여가 가능하다.

-침선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반복되는 작업으로서 자신과의 싸움 과정에서 얻어지는 정신력 향상을 들고 싶다. 단순해 보이지만 잡념을 가지고 하면 손을 바늘에 찔릴 수도 있고, 바느질 모양부터 예쁘게 안 나온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서 완성해내다 보면 마음과 몸이 편안해져 맑은 정신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15살 때부터 전통손바느질공예를 시작했으니 50여 년간 나의 삶과 함께해온 셈이다. 한국 전통미의 예술성을 전파하고 우수한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더욱 정진하고자 한다. 기계화되고 산업화한 삶 속에서 전통이 함께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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