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여름 끝에 춘천 하고도 중도라는 섬으로 2학기 개강 앞두고 엠티를 갔다. 같은 과 1학년 학생들끼리 친목을 다져 보자고 선배도, 지도교수도 없는 모험을 감행한 것. 저녁에서 밤까지 재밌게들 놀았고 밤 깊어지자 좁은 농가 주택 둘에 각기 나누어 쪽잠들을 청했다. 그런데, 새벽 여섯 시도 안 된 참에 벼락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 밖에 나가보니 우리 한편이 자던 집 옆 마당이 물에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일은 그때부터. 밤새 비가 너무 내려 소양감댐 수문을 열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북한강 한가운데 있는 이 섬이 물에 잠기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를 구조하러 온다는 헬리콥터를 목빼고 기다린 끝에 드디어 헬리콥터가 날아와 헬리콥터를 타고 문도 안 닫은 채 공중으로 날아오르는데 아래를 보니 과연 물바다라 할 만했다.

그게 바로 엊그제 일 같다. 요즘 기나긴 장마 생각에 옛일이 새로웠다.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강북강변도로. 서울에서 이 도로는 모든 혈액 순환의 중추 역할을 한다. 이 강북강변도로가 불어난 한강 물로 곳곳에 도로가 통제 되면서 동맥경화 현상을 보였다. 평소 일곱 시 반쯤 출근하는 사람이 열한 시 반이 되어도 출근을 마치지 못했더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장마 때문에 아주 오랜만에 임진강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북한에서 황강 댐이라는 것을 남측에 통보도 하지 않고 수문 개방을 한 게 그렇잖아도 큰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임진강가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분들이 집도 잃고 농사도 망치고, 그나마 군인들까지 나서 복구를 하던 판에 또 비가 퍼부어 모든 수고를 수포로 돌아게 했단다.

비는 또 정치에서도 논란을 부추겼다.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내리고 강물이 대범람을 하여 주변 가옥과 농토를 집어삼켜 버리자 4대강 치수 사업 때 해당 안 된 곳이라서 그렇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낙동강이 범람하고 여러 지천들이 흘러넘쳐 피해를 키우자 4대강 곳곳에 설치한 보가 오히려 홍수 피해를 키운다고들 했다.

강뿐 아니라 유난히 잦은 산사태는 태양광 발전에 엮여 설왕설래를 낳았다. 산에 태양광 집적 시설을 얼마나 세웠는지 알 수 없지만 원자력 대신 태양광을 선택한 정부 정책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2013년에 장마가 그렇게 길었었다는데 올해는 더 길어 장장 오십 일을 넘어가리라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비가 지긋지긋하다는 말들이 나올 지경, 물난리처럼 마음 심란하고 지치는 일이 또 있을까. 집 잃고 농사 망친 분들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 가눌 수 없다. 난리에 목숨까지 잃은 분들도 여럿이다. 싸우지들 말고 매몰된 새끼를 찾던 어미 개의 마음으로 슬픈 이웃들을 돌봐야 할 때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