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하숙집
느티나무 하숙집
  • 등록일 2020.08.11 17:06
  • 게재일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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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인 서

저 늙은 느티나무는 하숙생 구함이라는 팻말을 걸고 있다

한때 저 느티나무에는 수십 개의 방이 있었다

온갖 바람빨래 잔가지 많은 반찬으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수많은 길들이 흘러와 저곳에서 줄기와 가지로 뻗어나갔다

그런데 발 빠른 늑대의 시간들이 유행을 낚아채 달아나고

길 건너 유리로 된 새 빌딩이 노을도 데려가고

곁의 전봇대마저 허공의 근저당을 요구하는 요즘

하숙집 문 닫을 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 지금은

느티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틱틱 끌리는 슬리퍼, 런닝구

까딱거리는 부채, 이런 가까운 것들의 그늘하숙이나 칠 뿐

시인이 본 늙은 느티나무는 한때 마을의 수호신으로, 당당한 버팀목으로 당당하게 건재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숱한 사연들을 묵묵히 지켜봐 온 노거수로 많은 사람에게 넉넉한 그늘을 줬던 나무다. 비록 도심 속에서 낡고 병들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지치고 상처 입은 우리의 영혼을 달래주던 나무를 느티나무 하숙집으로 호명하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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