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광 규

맛있는 머루와 으름덩굴을 좇아다니다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다

날은 어둡고 산짐승들은 울고

어린 나이에 얼마나 울며불며

길 잃은 것을 후회했던가

맛있는 것에 눈이 멀어

산을 둘러보지 못한 탓이었다

오늘 도심 골자기에 들어와서

길을 잃었다

먹고사는 데만 급급하다

쾌락의 토끼 꼬리만 정신없이 따라다니다

인생을 조감하지 못한 탓이다

어린 시절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맸던 것처럼 도심 속 바쁜 생활 속, 지금도 길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삶의 쾌락을 좇아가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고, 남의 이목을 의식하며 살다 보면 진정한 나의 정체성은 잃어버린 채 빈 껍질로 살아갈 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은 우리의 서글픈 초상을 아파하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