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제와 포스코의 상생 조건
포항경제와 포스코의 상생 조건
  • 등록일 2020.08.02 19:54
  • 게재일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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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경제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포스코에 대한 의존도를 벗어나 각 경제주체가 독자생존이 가능해질 때 포스코와 상생하는 지역경제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

지난달 21일 포스코가 2/4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기업활동의 결과가 적자라는 것은 큰일이지만 그것이 과연 특별한 일시적 충격으로 인한 현상인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앞으로도 지속성을 가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당연히 이에 따라 포항 광양 등 포스코가 자리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적자를 기록하였다는 소식에 포항시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포스코가 그 정도의 적자로 그친 것은 선방한 셈이다. 이번 적자는 분명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로 인한 일시적 요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철강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 이번에 글로벌 철강회사들이 다각적으로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기록한 데는 크게 3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코로나19가 전 세계의 문제로 확대되기 이전부터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그에 따른 영향에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과 ‘셧다운’의 영향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수요침체로 국제무역의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조선, 자동차 등 물류 관련 수요가 크게 타격을 입은데다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투자 부진은 건설업과 기계 등 제조업까지 이어지면서 철강산업의 4대 전방산업에 대한 수요부진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영향이 가장 컸다. 둘째, 전 세계 조강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업계가 국제간 협의 등으로 세계적인 공급과잉에 대한 감산 방침을 암묵적으로 지켜왔었으나,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격화되면서 경기 감속을 우려한 중국의 내수부양정책에 힘입어 자제해왔던 과잉생산의 고삐가 풀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급과잉은 필연적으로 중국 국내 강재 시장의 경쟁을 가열시키면서 철강재 시황을 악화시키고 이것이 국제철강재 가격을 하락시키는 도미노 현상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은 생산량과 매출량을 기록하더라도 손안으로 들어오는 매출액 자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수년 전 많은 수익을 내었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셋째, 두 번째 요인과도 관련이 깊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회사들이 생산물량을 감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을 재개하기 시작함에 따라 소요되는 철광석 등 원자재 수요로 인해 세계적인 공급과잉에 따른 국제철강재 시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철광석 등을 이용하여 철강을 생산하는 고로업체는 생산량과 수출량 등 모든 조건이 같은 상황이라도 매출액은 줄고 생산원가는 올라가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이번 적자는 이처럼 수요부진, 공급과잉 그리고 원가상승이라는 3중고를 겪는 글로벌 철강사들의 공통적인 경영악화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철강회사 최고경영자의 능력이나 경영전략 등이 영향을 미치는 기업 내부요인과는 전혀 무관한 외부요인 또는 세계철강업계가 지닌 고질적인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포스코가 이번 2/4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 적자 규모는 1천85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적자는 글로벌 철강사와 비교하면 오히려 자랑할만한 실적이다. 일본의 글로벌 대형 철강 3사는 본격적인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나타나지도 않았던 2019년도 3월 말 결산에서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적자 규모는 각각 일본제철(신일철주금이 2019년 4월 상호 변경)은 4천315억엔(약 4조8천112억 원), JFE는 1천977억엔(약 2조2천044억 원), 고베제강은 680억엔(약 7천582억 원)이었다. 물론 기업 규모 등 체급 차이가 있기는 하나 세계 조강생산 5위인 포스코의 체급이 작지는 않다. 지금처럼 전 세계 철강업계가 3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사보다 상대적으로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증거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포항이나 광양과 같은 포스코가 자리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포항지역 경제의 주력은 어디까지나 철강업이며, 이 철강업과 연동되는 운수업, 건설업 등이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가 어려운 원인이 조선, 자동차, 건설, 기계제조 등의 수요 감속으로 인한 것인데 지역 철강업의 부진은 다시 지역 건설, 운수 등의 부진으로 파급되기 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포스코는 글로벌 회사이므로 그 적자의 여파가 세계적으로 분산될 수 있지만, 포항시의 입장에서는 최대의 어쩌면 유일한 경제 엔진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영향의 정도를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다.

문제는 앞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고 모든 경제활동이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철강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여건까지 빠르게 회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적자의 3대 원흉인 수요부진, 공급과잉, 원가상승 가운데 자동차, 운수, 건설 등의 수요가 다소 개선되더라도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매출액 감소요인과 철광석 가격 등 원가상승문제는 과거 사례를 볼 때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조강생산량은 연간 약 20억 톤에 근접하는데 이중 절반 수준인 약 10억 톤을 중국 철강업계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국내의 경기부양, 미중간 무역전쟁 등 다양한 여건이 중국 철강회사들의 생산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 벌어지는 활발한 생산활동에 따른 철광석 등 원자재 수요로 인한 원가상승요인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거기에 과잉생산으로 인한 중국 국내 강재 가격의 하락은 국제철강재 시황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하락에 따른 셰일오일 등 유정용 강관에 대한 수요를 포함한 세계 전체의 철강 수요도 완만하게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국의 국내 철강 수요가 활력을 보일수록 중국 국내 철강업계의 생산과잉 현상은 이어지기 쉽고, 반대로 중국 국내 철강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이들이 과거처럼 또다시 저가의 덤핑물량을 세계수출시장에 쏟아내며 철강재 시황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국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부진에 따른 국내 철강생산량에 대한 조절을 위해 일본 철강사들도 자체적인 감산에 나서고 있다. 일본제철은 지난 4월부터 전국 15기 고로 중 6기를 일시가동 중단(조업정지 포함)하기로 결정하였다. JFE도 2024년 3월 말까지 총 3기를 일시가동 중단을 결정하였다. 하지만 이들 3사는 내년 3월 말 결산기에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포항경제는 포스코와 동고동락 해왔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슨 일이건 포스코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포스코를 평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지역기업과 지역경제의 상생은 일방통행만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때로는 손잡고 때로는 각자의 발걸음이 보장되어야만 상생이 시작될 수 있다. 포항경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언제든지 예기치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어떠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지역 내 모든 경제주체가 포스코와 무관하게 각자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갖추게 된다면 그때부터 비로소 지역 경제와 포스코의 진정한 상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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