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7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대거 교체했다.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민주당 의원,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이들 가운데 박지원 후보자와 이인영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경화 외무장관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만 유임되었기로 전면적인 인사교체라 할 수 있다.

외교안보라인의 교체는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겨냥하고 있다. 6월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시작된 북한의 대남공세는 6월 16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정점에 이른다.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대북전단을 빌미로 시작된 공세였으나, 실상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서운함과 불만족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2018년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공동선언, 같은 해 9월 19일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한 군사합의서는 8천만 한민족에게 찬란한 서광처럼 보였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1 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에게 행한 연설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와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향한 우리의 희망을 구체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국은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에 관심이 없다. 그것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었던 볼턴의 회고록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은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 유지와 통일반대, 그것에 따른 무기판매의 반대급부를 집요하게 노리고 있다. 나아가 그들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동아시아의 교두보이자 지정학적 희생양 정도로 한반도를 생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9·19 공동선언 이후 한국이 자발적으로 이른바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자고 미국에 제안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완화 및 한반도 평화를 한국과 미국의 실무자들이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킹그룹의 활동이 실제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워킹그룹의 존폐문제까지 심도 있게 논의할 시점으로 보인다.

4·27 공동선언과 9·19 공동선언에서 거명된 후속작업은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연결과 현대화,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이 어느 하나 이루어지지 않은 채 2년 세월이 흘러간 것이다. 실질적인 진전 없이 언어로써만 남북의 화해와 평화, 민족통일 운운은 어불성설 아닌가.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안보와 국방 및 외교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언가 새롭고 창조적인 돌파구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