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9일간 외식업소 등 6천여 곳 최소 10% 할인’ 홍보로
수억원 예산 투입했지만 시민참여 뒷전인 무늬만 행사로 전락
참여업소 명단 市 홈피서만 확인 가능하는 등 진행도 엉성

28일 포항 죽도시장의 한 업소에 ‘퐝퐝 세일 주간’ 행사를 알리는 깃발이 걸려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추진된 ‘퐝퐝 세일 주간’ 행사가 환영받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해당 사업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 수요를 회복하고 내수 경기 활성화에 물꼬를 틔우기 위해 진행됐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행사 주체인 상인들에게마저 외면당했다.

28일 오전 경북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의 입구에는 ‘퐝퐝 세일 주간’ 행사를 알리는 커다란 가로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가로 펼침막에는 포항지역의 외식업소와 이·미용업소, 도·소매 업소 등 6천여 업소가 행사에 참여하고, 그곳에 가면 최소 10% 할인된 금액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정보가 담겼다. 참여 업소가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죽도시장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행사에 참여한 업소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시장 아케이드 구간에서 행사 참여를 알리는 10여개의 깃발을 볼 수 있었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행사에 참여한 업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오후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퐝퐝페스티벌에 참가한 상인 이모(45)씨는 “지역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좋아 손해를 감수하고 행사에 참여했지만, 홍보 부족으로 인해 행사 정보를 알고 찾아온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깃발 제작 등 행사에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 같은데 차라리 그 돈의 절반만 써서 주차장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게 손님을 모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꼬집었다.

28일 포항시에 따르면 ‘퐝퐝 세일 주간’은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진행됐다.

행사에 대한 예산은 10억원(시비)이 소요됐다. 행사 참여 업소에 대한 인센티브로 6억원이 배정됐고, 홍보 비용, 깃발과 현수막 제작 등에 1억5천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처럼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행사에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자 포항시가 ‘보여주기식 행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행사의 진행 여부도 모르는 시민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또한 행사 참여 업소들은 포항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고, 시민들은 원하는 업종의 업소를 방문하려면 깃발이 부착된 곳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참여 업소 명단을 확인하는 방법은 포항시 홈페이지를 봐야 하는데, 인터넷 활용이 능숙하지 않은 장년층들은 이마저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특히 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인기 가수들을 불러 콘서트 당일에만 시민들의 반짝 소비를 유도하려고 했었을 뿐 지속적인 소비와 이어지는 콘텐츠는 없었다는 평이다.

포항시민 김모(27)씨는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로 콘서트가 취소되면서 시민들의 소비를 많이 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도 날아가 버렸다”며 “시민들도 지금 코로나19로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단기간에 집중 소비를 유도해 지역 경기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이 행사의 목표가 지자체가 시장의 상황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포항시는 행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기업체와 시민단체 등에 포항지역에 있는 다양한 시장을 지정해 방문하게 하고 소비 활동을 진행하도록 했다”며 “포항 지역 전체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퐝퐝세일 주간이 큰 보탬이 됐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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