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7~8월 가장 많이 발생
비타민B·엽산 충분히 보충하고
수시로 물 마시며 술·커피 금물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도 좋아

이른 더위에 저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고혈압이 중증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저혈압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저혈압이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을 최대 2.54배 높인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단순히 일시적인 어지럼증으로 여기다간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저혈압은 수축기 혈압 90mmHg, 이완기 혈압 60mmHg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피로, 현기증, 손발냉증, 집중력·지구력 감소, 두통, 어지러움, 이명증, 불면증, 호흡곤란, 식욕 감퇴, 변비, 설사, 복통 등이 있다. 몸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기고, 심하면 신체 장기로 산소 공급이 부족해진다. 방치하면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면 실신이나 쇼크로 인한 사망에 이를 만큼 위험하다. 저혈압은 시신경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시력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노인의 경우 시력이 저하되고 골절상을 입을 수 있다. 눈으로 가는 혈액이 줄고 갑자기 현기증이 나면서 쉽게 넘어지는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저혈압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달은 7, 8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혈압 증상이 유독 여름에 잘 생기는 이유는 땀이 많이 나면서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량도 줄어들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높은 기온에 근육이 이완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근육이 이완되면 혈관이 느슨해져 혈액이 이동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혈압이 떨어진다.

올해는 평년보다 폭염이 일찍 찾아오면서 저혈압 환자들의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문의들은 여름에는 겨울보다 상대적으로 혈압이 낮아지다 보니 갑자기 일어설 때 머리가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몸의 혈관은 무더위에 노출되면 확장되는데 이때 자세에 변화를 주면 혈압에 변동이 생긴다.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섰을 때 혈관이 순간적으로 수축하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이로 인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립성 저혈압은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날 때,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와 같이 자세가 바뀌면 순간적으로 현기증이나 어지럼증과 함께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부분 갑자기 일어났을 때 나타나는데 다시 눕거나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쓰러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저혈압을 막으려면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정 질환 탓이 아니라면 비타민B와 엽산을 충분히 보충하는 게 도움이 된다. 비타민B와 엽산은 정상 혈압을 유지해주는 데 도움을 주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비타민B12는 치즈, 우유,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과 생선에 많다. 엽산은 브로콜리, 시금치 같은 짙은 녹색의 채소에 많다.

특히 콩은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혈압 조절에 효과가 있다. 두부, 청국장, 낫토 등 콩이 들어간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저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 견과류는 비타민E가 풍부하게 함유된 식품이다. 비타민E는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녹황색 야채류도 좋은데, 호박과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 함유돼 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들어오면 비타민A로 바뀌어 면역력 향상은 물론이고 혈액 순환도 원활하게 돕는다. 저혈압의 증상 중 하나인 냉증이나 어깨 결림을 완화하는 데 좋다. 부추와 쑥갓도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이들 식품을 꾸준히 먹거나 영양제로 보충하면 저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다.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몸속 수분이 늘면 혈액량도 함께 증가해 혈압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술과 커피는 오히려 탈수를 유발하므로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는 천천히 일어나야 갑작스러운 저혈압 증상을 막을 수 있다.

운동도 혈액 순환을 도와 신진대사를 촉진해 저혈압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탈진이나 졸도 위험이 있다. 여름철에는 더위로 인한 탈수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실내에서 맨손 체조나 스트레칭과 같은 가벼운 운동을 반복해도 충분히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저혈압은 심리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취미에 몰두하거나 기분 전환의 기회를 자주 가지는 것이 좋다. 반신욕은 혈액 순환을 촉진해 혈압 상승에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탁월하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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