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른다. 2일 재판정에 선 그가 “기자간담회가 잡혀 있다”며 재판장에게 빨리 끝내달라고 했다는 뉴스는 문자 그대로 ‘완장’의 위세 그 끝판왕을 보는 느낌을 들게 한다. 취재기자에게 드러내는 적대감 또한 영락없이 점령군 사령관 놀음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 칸에서 한껏 으스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민주주의의 퇴보를 걱정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의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재판 시작 30분 만에 최 대표는 갑자기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제가 당 행사로 기자회견이 있어서, 오늘 증거 정리된 부분을 다음 기일에 해주시면 안 되겠나”라고 요구했다. 판사가 합의된 공판임을 상기하며 허락하지 않자, 최 대표의 변호인이 다시 피고인 궐석재판을 요구했고 재판장은 형사소송법상 허락되지 않는다며 차단했다고 한다.

일반 피고인이라면 상상조차도 못할 행동을 보인 것이다. 다른 판사들마저 ‘사법절차 무시’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는 또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에 “굉장히 지금 의도를 가진 질문”이라거나 “누군가 물어보라고 시킨 거”라는 표현으로 멸시했다. 재판정도 무시하고 취재기자를 경멸하는 태도까지 보인 그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최 대표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1호’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이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당시 최 당선자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7분 동안 통화했다는 사실이다. 노골적으로 친문(친문재인)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총선 기간 내내 민주당과 충돌했던 당선자를 대통령이 격려한 사실보다도 더 ‘짜고 치는 고스톱’ 증거는 없을 것이다. 편법에 편법을 거듭하는 정치풍토 속에서 검찰도 법원도 언론도 모두 무시하는 한 피의자 국회의원의 무소불위 행태가 얼마나 더 많은 정치적 파장을 빚을 것인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이 나라 민주주의는 괜찮은가, 거듭 묻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