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인 생산활동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 철강업계에서도 섣부른 조기 회복기대감보다는 감산 등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여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힘을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 경제주체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 개최된 ‘2019 포항철강마라톤(STEEL RUN)’모습. /경북매일 DB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인 생산활동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 철강업계에서도 섣부른 조기 회복기대감보다는 감산 등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여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힘을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 경제주체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 개최된 ‘2019 포항철강마라톤(STEEL RUN)’모습. /경북매일 DB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8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사태로 3천300만 명이 실업보험급여를 신청하였고 4월 실업률은 14.7%를 기록하였다. 이는 공장에서 감염이 발생하거나 소비자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망이 단절되는 등 다양한 사유로 미국 생산활동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4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1.2%가 감소하였는데 이는 통계를 시작한 1919년 이후 101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철강이 20.4%가 감소하는 등 전 업종이 타격을 입었지만 그중 자동차는 무려 71.7%나 감소하였다. 미국의 생산활동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제조업 설비가동률은 61.1%에 그쳤다. 이는 1948년 통계작성 이래 72년 만의 최저수준이다. 앞으로 미국 생산활동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한 규제조치가 5월 이후 단계적으로 완화될 경우 조금씩 회복은 될 것이다. 하지만 안전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고 충분한 물량이 생산되어 팬데믹이 종식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결국, 상당 기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생산, 고용, 소비의 회복도 생각만큼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공산이다.

미국만이 아니라 지금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실업이 먼저 소비를 냉각시키고,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격감하면서 이와 연동되는 금융시장에서 해당 기업 주가가 하락함에 따른 금융 경색이 다시 이와 관련된 다양한 균형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의 영향이 미국의 생산통계에서도 나타났듯이 20세기 전반의 대공황수준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금융부문의 위기는 재정출동 등을 통해 시장이 안정화되면 그때까지 전혀 문제가 없던 실물경제가 곧바로 정상화 단계를 밟아 위기를 수습시켰던 당시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당장 실물경제에서 촉발된 실업이 수요증발을 일으키고 생산이 정체되면서 원활하게 흐르던 자금을 경색시키고 금융시스템까지 영향을 미쳐 신용을 경직시키고 다시 그것이 실물경제를 냉각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위기인 것이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누구나 V자 회복을 기도하고 있겠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금 열기 시작한 문을 또 닫았다가 여는 것을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 적어도 강력한 백신이 등장하여 이번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지금 전 세계 정부가 V자 회복을 위해 엄청난 돈을 뿌리고는 있으나 이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거의 동시에 재택근무와 공장, 사업장의 조업 정지 조치가 이루어지게 되면 경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도 앞날이 불투명한 이유는 현재 과연 어느 나라, 어느 산업이 심신미약에 걸린 세계 경제를 이끌고 나갈 엔진이 될 것인지 모른다는 데 있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공장 가동부터 시급한 실정이다. 중국도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는 동안 해당 노선 주변국에 대한 대출액이 약 1천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여기에서도 문제 발생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부티는 중국에 대한 채무가 GDP 대비 80% 수준에 이르며, 에티오피아는 20%, 파키스탄은 7%, 남아프리카공화국은 4% 등 작은 규모는 아니다. 지난번 G20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가난한 나라들의 채무상환을 2020년 말까지 연기시켜 주기로 조정하였지만, 당시 중국은 일대일로와 관련한 채무상환은 그 조치에서 빠지길 원했다. 그만큼 중국도 사정이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일본이나 유럽이 대체 엔진이 될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리도 없다. 신흥국인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도 달러화 표시 민간채무의 원리금 상환이 늦춰지는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 위기로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인 몸살을 앓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중국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미국에 대해 이미 지난번 일시적이나마 휴전에 합의하였던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굳이 미국에 양보할 필요가 없었다는 강경파가 이번 사태로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양국 간에 무역전쟁이 재개된다면 그 영향권에 놓일 우리로서는 한순간도 방심할 틈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올해 11월 재선을 목표로 101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자국의 생산 특히 자동차, 철강 등의 회복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발동할 수도 있다. 미국의 생산활동을 재개시켜 실업률을 낮추고 공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처방전은 수입 자동차, 수입 철강 등에 대한 방화벽 설치다. 이미 지난 수년간 관세장벽, 쿼터 물량축소 등으로 힘들었던 우리 지역의 수출시장은 미국이 나서고 유럽 등지가 뒤따른다면 더욱 그 문이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그동안 인내해왔지만, 이제부터는 그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인내를 감수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포항경제는 철강으로 시작해서 철강으로 끝난다. 포항경제를 끌고 갈 엔진은 철강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지역 철강 대기업이 감산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이 그러면 지역경제에는 큰일이니까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지역 기업들은 위기경영 아니 전시경영체제에 돌입해야만 한다. 아직은 여력이 있다고 방심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인고의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미래의 도약을 위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감량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만 한다. 지역 대기업은 해외의 정치 경제 정세에 대한 정보수집도 가능할 것이기에 사실 큰 걱정은 없다. 문제는 해외시장까지 살필 수 없어 자기 주변만 보게 되는 지역 중소기업이다. 혹시라도 중소기업 경영자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안정화된 것만 보고 곧 예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 낙관할까 걱정이다.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이라고 일자리가 넘치지는 않는다. 잘못하면 부모의 경제적 부담만 높여 정작 필요할 때 손을 벌릴 수 있는 자신의 기반마저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집에서 자기계발에 정진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비상사태에서는 인내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노사 간 대화와 소통은 큰 힘을 발휘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정부 정책, 금융 행태, 기업 행동, 소비 수요, 노동 수급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역의 경제주체 모두 주시해야만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지역 전체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나부터 양보하려는 생각, 옆집이 죽고 나만 살아났을 때와 옆집도 겨우 나도 겨우 살아났을 때 지역 전체의 이익은 후자가 크다는 점을 서로 믿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다. 마치 6·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포항이 다시 일어났을 때처럼 우리 모두 앞은 불투명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옆 사람, 옆 기업과 손잡고 같이 걸으면 불안감은 나눌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인고의 계절을 함께 하며 나누고, 견디자.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