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은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자체가 되는 것”
“선(禪)은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자체가 되는 것”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20.04.27 19:51
  • 게재일 2020.0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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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포항 보경사 주지 철산 스님
꼭 필요한 일언만 전하기로 ‘정평’
집중수행때는 21일간 용맹 정진
“모두 행복한 부처님 오신날 되길”

포항 보경사 주지 철산 스님. /안성용 사진작가 제공
철산 스님을 만나기 위해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있는 보경사(寶鏡寺)를 찾은 것은 지난 26일이었다.

신라 진평왕대에 지명법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보경사는 12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내연산 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비로자나불도(毘盧遮那佛圖)는 보물 제1996호이고, 적광전은 보물 제1868호이다. 그 외에도 여러 문화재가 있다.

4월 30일이 4월 초파일 불기(佛紀) 2564년 부처님오신날이니, 예년 같으면 오색연등과 참배객들로 가득해야 할 시기이건만 사찰은 아주 한적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공식 봉축법요식마저도 한 달 뒤로 미뤄진 상태다.

보경사 주지 철산 스님은 혹독한 참선 수행으로 유명한 문경 대승선원장을 역임하면서 용맹정진으로 명성이 높았다. 8년 전 보경사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보경선원을 세우고, 전국의 스님들의 안거수행처를 마련해주는 등의 활동으로 주목받는 스님이기도 하다.

철산 스님은 원래 말씀을 많이 하는 선사가 아닌 분으로 알려져 있다. 꼭 필요한 일언(一言)만 전하는 스님으로 정평이 나 있다. 스님은 주지 소임을 보면서 선객들과 함께 선방에서 정진하는 안거 때엔 수면 시간이 1시간 남짓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고 한다. 안거 때가 아닐 때 실시하는 집중수행(산철결제)은 더욱 혹독하다. 무려 21일 동안 아예 잠을 자지 않고 용맹정진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스님에게 불교의 기본 실천 중 하나인 참선(參禪)의 의미부터 물었다.

“하루 한 번씩 기도하고 참선하면 생활 전반이 주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참선이 곧 진정한 기도다. 참선을 할 때는 선(禪)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선이란 온 마음을 기울여 어느 한 대상에 깊이 집중해 들어가면서 닦는 것이며, 그렇게 닦아나가다 보면 삼매의 상태에 이르러 진리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깨달아 체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선은 이렇게 있는 그대로 현실을 가감 없이 보고 그 자체가 돼버리는 것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 나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수행이다. 즉 수행은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이뤄 분열되지 않는 인간의 참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마음을 안정시키기고 집중시켜 자신을 바로 보려는 마음의 숙련, 그리고 이 바로 봄과 바른 이해를 통해 주체적인 자유인으로서 인격을 형성하려는 마음의 수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에서는 무엇을 강조하나?

△첫째, 문자에 의지하지 않는다(不立文字). ‘문자를 세우지 않는다’고 해서 말이나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말과 단어 이전에 먼저 ‘마음공부’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교 이외에 따로 전하는 것이다(敎外別傳). 교외별전이란 선의 경지는 언어나 문자에 의하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전수된다. 셋째,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킨다(直指人心).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본래 성품을 보고 부처를 이룬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넷째, 제 본성을 알면 부처가 된다(見性成佛). 견성성불이란 자기의 본 성품을 보아 부처가 된다는 말이다. 견성은 자기 인식이며 모든 자기 인식은 본래 자기의 인식이다.

-부처님오신날을 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기(佛紀)는 부처님 입멸을 기준으로 하지만, 불교의 역사는 위대한 탄생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생 보살로서 자비행을 실천하다가 인도 카필라국 싯타르타 태자로 태어난 석가모니부처님은 왕좌 대신 수행자의 길을 택했다. 오랜 수행 끝에 정각을 얻은 부처님은 입멸할 때까지 진리를 설하며 생로병사 고통에 시달리는 중생을 구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시민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사람의 정신적인 번뇌는 때로는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러한 번뇌에서 벗어나려면 대범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내어주면서 우리의 마음을 점점 더 넓히라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 마음속의 번뇌는 점차 해결될 수 있다. 흔히 마음을 어떻게 쓰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한다. 생각은 마음의 부산물이다. 마음 안에는 무한한 지혜의 능력을 원래 갖추고 있기에 생각이라는 번뇌가 나와도 그 한 생각을 돌리면 바로 지혜가 된다. 모두가 행복한 부처님오신날이 됐으면 한다. 우리 불자들이 조금 더 이해하고 양보하면 분명 부처님 세상은 이뤄질 것이다. 덧붙여 마음을 닦아 인격완성을 이루고 자연에 대한 배려를 조금만 더 깊이 헤아리면서 작은 것을 소중히 하는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빈다.

보경사 일주문에 ‘괴로우면 기도하고, 외로우면 염불하고, 조용하면 독경, 참선하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우리 일상은 괴롭고 외롭고 조용한 시간의 반복일 것이다. “수행을 특별한 무엇이 아닌 일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철산 스님의 가르침은 쳇바퀴처럼 도는 일상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수행법이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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