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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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4.21 20:03
  • 게재일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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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형 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찬, 오래 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낮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바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짧은 생을 살다간 시인의 생에 대한 성찰이 깊이 스민 작품이다. 인생이란 홀로 없어지는 구름 같은 존재이고, 태어남의 전제가 이미 죽기 위한 것이며,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에게서 소멸의 인생관,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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