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
한국국학진흥원 4월호 발행
성 밖 임시시설 설치 별도 관리
감염 위험에도 연대 돌봄 시행

한국국학진흥원이 최근 ‘코로나의 봄, 우리에게 절실한 힐링타임’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4월호’를 발행했다.

8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환기시키고 이웃에 대한 신뢰회복 및 위기극복을 위해 기획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에는 ‘자가격리’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비슷하게 대처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선 활인서(活人署)에서 출막(出幕)이라는 임시 시설을 성 밖에 두고 감염병 환자를 별도로 이곳에 격리해 환자들을 돌봤다는 기록이 있다. 이 시설에는 감염병 환자만 머문 것은 아니었고 역병의 유행으로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이들이 먹을 것을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과 같은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양반들은 집으로 감염병 환자를 들여 돌봤다고 한다. 병원이 많지 않았던 조선시대에는 여유가 있는 양반들은 감염병 환자들을 집에서 격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16세기 안동의 양반이었던 금난수(琴蘭秀, 1530∼1604)가 남긴 ‘성재일기(惺齋日記)’에는 감염병을 앓는 가족들을 치료하고 돌본 기록이 남아 있다.

1579년 3월 2일, 세 달 넘게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끝에, 암자에 나가 있던 큰아들 금경도 병에 걸리게 된다. 금난수는 말을 보내 금경을 데리고 오게 했고, 다른 아들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 감염을 조금이라도 막고자 했다.

또 최대한 병자와 정상인 사람들을 격리함으로써 병의 감염을 막고자 노력했다. 특히 감염을 염려해 며느리라고 해도 아픈 아들을 간호하지 못하게 만류하는 모습에서 금난수가 감염병을 대함에 있어 매우 이성적이고 침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가늠하게 한다.

권상일의 ‘청대일기(淸臺日記)’에는 감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거둬준 ‘대승사(大乘寺)’라는 절에 대한 기록이 있다. 1755년 12월 경상도 지역에 감염병이 기승을 부려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문경에 있는 대승사에 거지는 물론 양반과 상놈까지 모조리 모여들었다. 절에선 이들을 각박하게 내칠 수 없어 대승사 승려들이 죽을 끓여서 먹였다고 한다.

현대 의학의 혜택을 입을 수 없었던 조선시대, 무엇보다 조선시대 백성들은 실체를 알 수 없이 갑자기 몰아치듯 다가와 생명을 앗아가는 역병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아픈 이를 돌보려는 인지상정은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상존했다.

그러나 질병의 두려움 속에서도 연대와 돌봄을 통해 고통을 나누는 모습들은 수많은 기록으로 남겨졌다. 돌봄을 제공하는 이웃, 사회, 더 나아가 국가는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다.

이번 ‘웹진 담談 4월’엔 의사, 한의사, 만화가,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필진이 참여해 역병과 공포를 넘어서는 힘은 공동체적 연대와 보살핌에 있음을 주제로 담아냈다.

편집장을 맡은 공병훈 교수는 “역병과 위기가 빈번했던 조선의 사회적 상황에서 선현들이 공동체의 연대와 보살핌을 통해 극복하고 치유했던 경험이 지금의 우리 현실에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