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서예가·시조시인
강성태 서예가·시조시인

‘밤새 안녕’이 부쩍 실감나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듯한 시기에,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인사나 위로해주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정겹고 따듯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살가운 마음을 나누듯 다정한 인사와 대화를 건네면 어떨까?

세상이 미증유의 감염증으로 요동쳐도 계절은 어김없이 새봄의 바퀴를 부지런히 굴려가고 있다. 메말랐던 땅과 앙상했던 가지에 돋아나는 새싹과 피어나는 꽃들이 세상에 다소곳이 인사를 하는 듯하다. 만물이 깨어나는 소리를 들으며 봄 마중도 하고 해마다 그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들에게 눈인사라도 건네야 하는데, 암울한 장막같은 바이러스가 길을 막고 불안감이 발목을 잡으니 속절없을 따름이다.

인사는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루를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마무리한다. 인사는 서로가 알아보는 관계의 첫 출발이자 반가움과 공손함을 드러내는 예(禮)이기도 하다. 상대방에게 관심과 친근함을 표현하는 것도, 마음의 문을 여는 것도, 상호 간의 소통도 인사를 나눈 후에 비로소 시작된다. 일상에서 만나거나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는 감사의 마음이기도 하고 넉넉한 정(情)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사회적 우울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일상이 움츠러들고 바뀌면서 사회적인 단절로 인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마음이 불안하면 몸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한 요즘이지만, 이웃과 동료들 간에 주고받는 인사와 따뜻한 말 한마디는 자연스럽게 이어가야 평온의 마음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도 심리적으로 전파된다고 한다. 슬프거나 어려운 일을 당해서 같이 슬픔의 늪에 빠져 힘들어하기 보다는 서로가 마음으로 다독이고 보듬으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장기화 조짐의 코로나 사태에 봉착해서 몸이 지치지 않도록 마음의 방역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른 바 ‘심리 방역’이라고 하는 마음의 방역이란 감염병 유행 시기에 생기는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이다. 다가오지 않는 미래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처해 있는 상황에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행동을 실천을 해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뜸했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안부 인사나 SNS를 통한 소통과 교감, 긴장을 풀어주는 가벼운 운동, 마음의 휴식을 위한 명상,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온정과 봉사 참여 등으로 마음의 안정감을 찾고 무력감을 달래 나간다면 그 자체가 방역이고 면역인 것이다.

특별하거나 거창하지는 않지만 봄 햇살같이 따뜻한 시선과 위로의 말로 나누는 인사가 지쳐가는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줄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때 긍정과 희망, 배려와 격려의 나눔이 마음의 거리를 가까이 하고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가꿔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