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말 선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통화 중 신호음을 들었다 나는 한번 시도한 일은 멈출 줄 몰랐다 나는 한번 들어선 길은 돌아갈 줄 몰랐다 뚜, 뚜, 뚜 듣지 못한 응답이 나에게로 돌아와 꽂혔다 차창 밖으로 발개진 꽃잎들의 통화가 소란스러워졌다 세상은 모두 통화 중이었다 나는 나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안에 통화 중 신호음이 가득 차올랐다 귓바퀴가 수백 다발의 코일을 빨아들였다 나는 나의 고백을 듣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어디 간 거야, 나는 나의 응답을 찾지 않았다 나는 고독해졌다 나는 팽창했다 귓속에서 입이 찢어졌다 백 년은 늙은 내 입속에서 푸르른 말들이 나를 겨냥했다

‘세상은 모두 통화 중’이라는 시구에서 느낄 수 있듯이 소통되지 않는 전화와 현대인들이 겪는 고독과 소외, 단절과 폐쇄의 현상을 시인은 기발한 상상력을 펴며 야유하며 비판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