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판매 약국 가 보니…
아침부터 줄섰지만 금방 동나
점심시간 약국 들른 직장인들
완판 소식에 ‘허탈한 발길’
출생연도 요일 헷갈려 헛걸음도
제한된 물량에 약국은 ‘곤란’
주민번호 등록시간도 많이 걸려
수급안정화 상당한 시간 걸릴듯

공적 마스크 판매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포항시 북구 양덕동 한 약국에서 신분증 확인 후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이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면 1시간가량 약국의 일반 업무가 마비된다”고 전했다. 이용선기자/photokid@kbameil.com

정부가 공적 마스크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도입한 요일별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9시 30분께.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있는 한 약국 앞에는 시민 10여 명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일렬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15분 정도 지난 뒤 약사는 “오늘 준비된 마스크가 전부 팔렸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이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마스크 5부제의 구매 규칙을 잘못 이해해 오해가 생긴 탓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마스크를 최대 2장씩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1인당 마스크 구매 개수를 제한한 데 이어 공적 마스크 구매를 최대한 분산시키겠단 취지다. 월요일인 이날은 끝자리가 1 또는 6인 사람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

이날 점심시간대 지역 약국들은 특히 직장인들로 붐볐다. 식사를 포기하고 약국을 찾은 이들이다. 하지만 이미 입고된 물량은 완판됐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마스크가 들어올 보장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약국에 입고된 마스크가 이른 아침에 모두 빠져나가자, 시민들은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최병달(69·남구 대이동)씨는 “7살짜리 손녀 마스크를 사려고 우체국과 약국 등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마스크를 한 장도 사지 못했다”며 “이른 점심을 먹고 서둘러 나왔는데도 가는 곳마다 마스크가 없다고 한다. 마스크 구하기가 여전히 하늘의 별 따는 것만큼 어렵다”고 토로했다.

요일별 구매 가능 날짜를 혼동해 헛걸음한 어르신들도 있었다.

북구의 한 약국 앞에서 1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어렵게 순번이 돌아온 70대 할머니는 “생년월일의 끝 숫자가 4이니,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직원에게 묻자 “오늘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1이나 6이어야 합니다. 목요일에 다시 오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전쟁 같은 하루’를 치른 약사들은 마스크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수급 안정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구 죽도동의 A약국 김준연(65) 약사는 “아침 9시에 문을 열었는데 마스크 250매가 1시간 만에 동이 났다”며 “다음 주까지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데 마스크 사러 온 손님들을 매번 빈손으로 돌려보내기 미안하다”고 걱정했다. 이어 “중복구매를 차단하기 위해 일일이 주민등록번호를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에 등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마스크 판매 외에도 처방전 약 조제와 일반약 판매 등 많은 일이 있는데, 마스크 판매 때문에 다른 환자들을 응대하지 못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황영우·이시라기자

    황영우·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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