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침묵 속으로
밤은 침묵 속으로
  • 등록일 2020.03.09 19:06
  • 게재일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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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하 림

토속가든을 끼고 비포장도로를 사 분쯤 걸으면

이층집 한 채와 단층집이 나란히 산 밑에 있다

이파리 넓은 옥수수들은 이층집과

단층집을 두터이 감싸고 벽돌담은 가르고

소나무들은 집 뒤로 쭉쭉 가지를 뻗고 있다

이층집과 단층집에서는 이따금씩 사내와 여인들이

마당으로 오가고 바삐 산비둘기들이

고랑을 뒤진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종일 햇빛과 바람은 시간의 가장자리를

울리며 사라졌다가 돌아와 나뭇잎들을

고요히 흔든다 밤에는 이슬 같은 별들이 떠오른다

지붕은 숨을 죽이고

단층집에서는 현관문이 열리면서

사내가 나오지만 밤은 동요하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간다 사내는

손가락질하며 따라간다 밤은 아랑곳없이

골짜기로 빠져나간다 사내는 계속

손가락질하며 따라가고 사내 뒤로 밤은

깊어가고 밤은 꼬리를 감추고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시인은 밤의 정경을 묘사하며 계속 흘러가는 시간을 불러내어 그 시간 속에서 부단히 움직이는 사물과 사람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밤이 깊어갈수록 인간과 사물들은 움직이고 행위를 계속한다고 기록하면서, 우리를 그 팽팽한 밤의 침묵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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