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라기획취재부
이시라 기획취재부

소방관들의 오랜 숙원이 마침내 풀리게 됐다. 오는 4월 1일부터 모든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2011년 관련 법안이 최초 발의된 지 무려 9년여 만의 일이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 개개인의 단순한 처우개선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는 소방관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일 경우에는 해당 지자체의 재정능력과 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소방서비스의 품질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잘사는 동네의 주민은 빠르고 고품질의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도서 산간 등 낙후된 지역에 사는 시민은 그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서비스를 받게 된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시도별 조례로 제각각 운영하던 소방서에 대한 예산을 소방특별회계를 법률로 격상하며 안정적인 소방재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더욱 평등한 소방, 안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결정을 두고 일선 소방관들은 국가직 전환으로 인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력 부족, 노후화된 장비 문제 등의 고민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낡은 소방차와 헬기를 타고 현장에 출동하거나 방화 장갑 등 장비가 부족해 사비를 들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력적인 측면에서도 소방청은 오는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을 2만명 충원할 계획이다. 소방관 충원이 완료되면 1인당 담당 인구가 지난해 말 기준 926명에서 768명으로 줄어들게 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인 일본(779명)과 미국(911명)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다만,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2개월도 안 남은 현재시점에서 개정된 법률은 ‘반쪽 짜리’법이라는 우려도 있다.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뀌었고, 인사와 지휘권은 지방 정부에 그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인력 충원 등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고, 소방 업무에 해박하지 못한 부처가 예산을 담당하고 있다면 국가가 많은 예산을 지원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 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 해마다 평균적으로 502명의 소방관이 공무 중 다치거나 순직했다. 또한 지난 5년(2014∼2018년) 간 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무려 2천509명(위험직무순직자 20명, 공상자 2천489명)이나 된다. 순직과 공상을 받지 못한 경우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수시로 생사를 넘나든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독도 인근해상에서 헬기추락으로 소방공무원 5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투철한 사명감과 국민을 위한 봉사정신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이러한 헌신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번 국가직 전환을 계기로 소방관의 처우가 개선되고 더 안전한 근무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도 더욱 안전해 질 수 있을 것이다.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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