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아카데미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4관왕 휩쓸어
할리우드 언어·전통 장벽 깨고 한국영화 101년 역사 새로 써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 부문 수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EPA=연합뉴스

“세계 영화사를 새로 쓴 대구의 아들 봉준호”

대구 출신 봉준호 감독의‘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제92회 아카데미(일명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관련기사 13면>

이는 한국영화 101년 역사는 물론 세계 영화산업의 주 무대인 할리우드에서 자막의 장벽과 오스카의 오랜 전통을 딛고 작품상을 포함해 총 4개 트로피를 들어 올려 92년 오스카 역사도 새로 썼다.

봉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개 부문상을 받아 영화로 받을 수 있는 영광은 모두 다 누렸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해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난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16㎜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로 1994년 밴쿠버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되며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봉 감독의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쳔변풍경’ 등을 쓴 소설가 구보 박태원씨(1909~1986)이며, 아버지는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 미대(시각디자인) 교수와 한국디자이너협의회 이사장 등을 지낸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봉상균씨로 예술가의 피가 흐른다. 봉 감독 아들 효민씨(본명 봉효민)도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영화는 엉뚱하고 자유분방한 상상력, 날카로운 사회 인식과 만나 독특하고 개성 넘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까지 유머와 휴머니즘, 날카로운 사회 인식이 녹아있다.

7번째 장편 ‘기생충’ 역시 빈익빈 부익부, 계층 문제와 같은 보편적 사회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녹여내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감독상을 비롯해 4개 상을 휩쓸자 영화의 도시 ‘대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대구는 1989년 제42회 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표범상을 비롯해 감독상, 촬영상, 청년비평가상 등을 수상한 배용균 감독과 2007년 ‘밀양’이란 영화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던 이창동 감독에 이어 이번에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을 배출한 도시로 우뚝 서게 됐다. /이곤영·이시라기자

    이곤영·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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